기본 정보
- 주연
- 박형식, 박신혜, 윤박, 공성하
- 장르
- 로맨스, 코미디, 의학
- 시청 등급
- 15세
- 연출
- 오현종
- 극본
- 백선우
- 촬영 장소
- 한국
- 제작사
- SLL, 하이지음스튜디오
- 방송 국가
- 한국
- 방송 언어
- 한국어
- 방송 채널
- JTBC
- 방송 시간
- 토/일요일 밤 10:30
- 방송 기간
- 2024년1월27일 – 2024년3월17일
- 방송 분량
- 70분
- 방송 횟수
- 16부작
줄거리
N/A.[1]
명대사
- 남하늘
- 병원을 나와 걷던 그 길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 환자를 부축한 보호자, 배달 오토바이, 산책, 카페인, 나무…
- 세상은 평소와 같았는데…
-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3분.
- 그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는 담배를 태우고, 누군가는 수학 문제를 하나쯤 풀며, 또 누군가는 행복을 니낄 때…
-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 그리고 누군가는…환자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 의사로서 견고한 삶을 살던 우리가 추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단 3분.
- 그날, 그 사건은, 그와 나의 인생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 하루 17시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나는 죄인이었고 멍청이였고.
- 온종일 욕을 먹으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 내가 가고 있는 곳이 보물섬이 아닐지도 모른다. 의심하면서도 걸어갔다.
- 보물 상자가 텅 비어 있을지라도, 내 손으로 열어 볼 때까지…가고 싶었다.
- 여정우
- 아이, 뭘 또 저런 걸 걸고 그래? 인증 샷 찍고 싶게!
-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고.
- 전교에 두 명의 1등은 없다. ——남하늘
- 그렇게 전쟁의 서막은 시작됐다.
- 쟤 지금 뭐 먹냐?
- 애들한테 들었는데, 커피 마시면 화장실 자주 가고 싶을까 봐 가루만 먹는대. ——김무근
- 왜? 그냥 화장실을 가면 되잖아.
- 화장실 갈 시간에 문제를 하나라도 더 풀겠다나 뭐래나… ——손찬영
- 뭐? 와, 쟤는 갈수록 가관이네, 진짜.
- 한 영화에서 말했다. 실패와 참패는 그 의미부터 다르다고.
- 실패는 누구나 하지만 참패는…전설에서나 나옴직한 대실패라고.
- 나는…참패했다.
- 빈대영
- 야, 여정우. 너 왜 이렇게 네 위주니? 의자도 내가 앉으려고 뺀 거고, 와인도 내가 마시려고 한 거거든?
- 아, 형, 미안. 내가 어릴 때분터 친구들이 하도 이래 가지고 버릇됐나…형, 형. 앉아, 앉아, 내가 줄게. ——여정우
- 아이 참, 누군 어릴 때부터 괄시만 받고 자란 줄 아나…야, 정우야, 형이 형이니까 형이 하나만 알려 줄게. 너 이렇게 이기적으로 살잖아? 너 그럼 벌 받아, 어?
- 남바다
- 아, 신문지에다 말아서 숨겼어? 고기 없다거니 이럴 거야?
- 고기가 없는 게 아니고 네 줄 고기가 없다고. ——공월선
- 남하늘
- 불현듯 마음의 균형을 잃은 채, 무기력한 삶이 찾아올 때가 있다. 외롭고, 지치고.
-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정서적 탈진의 시기.
- 혹은 누군가가 일부로 망쳐 놓기라도 하듯,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그런 시기를…우리는 흔히 슬럼프라 칭한다.
- 그리고 이런 시기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어떤 이유로든…반드시 온다.
- 제가, 일을 못하나요? 저는 교수님처럼 환자 팔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적은 없는 거 같은데.
- 제발 남 탓 그만하시죠. 학생들 실습 피드백 점수 낮은 거, 그건 교수님 수업이 후져서고요. 논문 떨어진 건 애초에 설계부터 엉망이었고. 정부 연구비 짤린 거 5년도 더 지난 아이템인데, 그딴 게 어떻게 통과됩니까?!
- 그렇게 매번 쪽팔리게 제 핑계대더니, 이번엔 대신 무릎을 꿇어 달라고요?
- 미치셨어요?
- 이렇게. 네가 가서 꿇어! 네까짓 거 무릎은 뭐라고, 이씨.
- 나는 있지. 가장 먹고 싶은 건 아겼다가 제일 나중에 먹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행복도…그렇게 미뤘어.
- 교수가 되면 맛있는 것도 더 맛있겠지. 교수가 돼서 해외여행 가면 더 재밌겠지. 해외여행도 일등석 타고 가면 더 재밌겠지. 그렇게 모든 걸 다 내일로 미룬 채 일만 했다고.
- 근데 이게 뭐냐, 어? 실컷 일하고 얻은 게 우울증이라니.
- 내가 디프레션이라는 게 말이 돼? 내 마음이 병들었대. 판페이셜 프렉처 된 것처럼 다 부서져서 산산조각이 났대.
- 그, 사람이 그게, 판페이셜 프렉처가 되기 진짜 힘든데. 왜, 보통 얼굴에 이렇게 총을 빵 맞거나, 아니면 이 철근 같은 게 딱 와서 빡 맞거나 그러지 않으면 이게 보기 드문 골절이거든, 그게. 이 우리의 스컬은 괴장히 다각적이고, 그리고 튼튼한 이 버트레스로 이루어져 있어서 부러져도 요 광대, 아니면 요 턱뼈. 이렇게 따로 부러지는 거거든, 그게. ——여정우
- 이씨,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 야, 너 지굼 뭐, 술짐에서 하얀거탑 찍냐?
- 아, 쏘리. 아니, 전문 용어 나오니까 또. 야, 그래도 우리 아직도 살아 있네. ——여정우
- 참, 놉. 살아 있네.
- 아, 살아 있네~ ——여정우
- 여정우
- 이건 민망이 아니라 절망이지. 내 몰락한 인생에 불행 끝판왕 같은 일이라고.
- 아니, 하늘이랑 대체 무슨 사이였길래? ——민경민
- 아니, 걔가 내 고등학교 때…
- 첫사랑? ——민경민
- 방금 절망이라고 하는 거 못 들었어? 첫상랑이 아니라 원수, 그것도 그냥 원수가 아니라 상원수!
- 뭐? 니… 야 이거 희한하게 나가란 말보다 더 기분 나쁘네? 야, 됐다, 됐어. 맨날 이렇게 싸웠는데 내가, 내가, 내가 나가고 만다, 그냥!
- 진짜? ——남하늘
- 그래, 진짜다, 왜?! 어차피 빛이 37억인데 거기서 몇천 더 붙는 게 뭐.
- 너 빛이 37억이야? ——남하늘
- 응. 사실은 100억인데 그것도 집, 차, 주식 다 팔아서. 그래 가기고 남은 게 37억이야. 그래서 그 소중한 병원도 내놨는데 그건 또 사고 난 자리라고 쉽게 나가질 않아서…뭐냐? 사람이 겁나 슬픈 얘기하는데?
- 아, 미안. 그렇게 길게 얘기할 줄 몰랐지. 아무튼 그럼 조만간 옥탑에서 나가라. ——남하늘
- 아, 저 양아치가 진짜…아, 아, 그, 그, 사, 사, 사장님께 한 말이 아니라요. 방금 들어간 여성분께 한 말입니다.
- 저 여자가…내 조카여. ——공태선
- 예? 아, 조카구나.
- 어우, 여기 밀면집 사장님이 성깔이 좀 있으네요.
- 우리 삼촌이거든요. ——남바다
- 그렇구나. 좋은 하루 되세요.
- 뭐, 하루 다 지났는데 뭘… ——남바다
- 그러게. 유치하게 왜 그랬을까? 지금 누가 나 받아 준다고.
- 정말, 나 때문에 관둔 거냐, 네들 회사? 넌 화사가 부도 직전이라 권고사직 얘기 들었고. 넌 회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술김에 사표 내고 나왔잖아.
- 광고비 속이고 네들이 더 가겨가도, 뭐 필요한 곳이 있겠거니 싶어 한마디도 안 했고.
- 나 이번에 이렇게 되고도 너희들한테 피해 안 가게 하려고 너희들하고 엮인 위약금부터 제일 먼저 갚았다. 근데 그게 뭐가 어째?
- 친구는 나한테만 있었던 거 같다.
- 앞으로 잘 살아라.
- 나 요새 검은 정장 입은 사람만 보면 쫄아. 뭐, 혹시 조폭 시켜 가지고 막 보복하러 온 걸까 봐.
- 야, 그건 검은 정장에 대한 편견 아니냐, 응? 검은 정장 입은 선량한 시민도 있고, 어? 휘황찬란한 옷 입은 조폭도 있거든, 참. ——남하늘
- 내가 진짜 고3 때부터 이 작은 소망 하나를 가슴속에 품고 있었는데, 너 진짜 딱밤 한 대만 딱 치고 샆더라.
- 아니, 네가 우니까 나도 눈물 나려고 그러잖아.
- 아니, 겨우 참고 있었는데!
- 나도 울고 싶잖아!
- 그날 그녀에게 빌려 온 온기는 너무 따뜻해서…그 순간만큼은 온갖 아픔을 다 잊을 수 있었다.
- 손찬영
- 근데 다리는 왜 떨어? 솔직히 너도 불안히지? 그치?
- 야. 니넨 안 춥냐? 아, 왜 이렇게 춥지? ——여정우
- 해가 쨍쨍한데?
- 근데 손톱은 왜 물어뜯어? ——김무근
- 응? 내일 손톱 검사하는 날인데 몰랐어? 하여튼 이 더러운 자식들 이거, 아이고. ——여정우
- 아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손톱 검사야? 정우 불안하네, 불안해. ——김무근
- 빈대영
- 아니, 실장님! 강남역에 내 사진이 BTS보다 더 크게 걸렸는데 뭔 홍보를 더 합니까?
- 실장님 날 뭘로 보고, 정말! 그 자리 전 비워 둘 겁니다. 정우 돌아올 때까지.
- 맨날 욕할 땐 언제고… ——도혜지
- 내 말이. ——민정(홍보 실장)
- 그게 다 애정이 있어서 욕을 한 거거든. 내 비록 뒷담은 좀 했지만, 우리 사이엔 남 모르는 사연이 있어.바야흐…
- 그 사연 안 궁금해도 되죠? ——도혜지
- 공월선
- 사회생활 하다 보면, 드럽고 치사한 일도 있는 기지. 아, 교수랑 대화로 풀면 될 걸 그 좋은 병원을…
- 누구한테 좋은 건데? 나 엄마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병원에서 굴욕스럽게 일해. 학생 땐 17시간 공부하고 지금은 17시간 일하는데도 좋은 소리 못 듣고. 늘 등신에 멍청이에 욕만 듣고 살아.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숨만 쉬어도 욕먹어. ——남하늘
- 세상에 욕 안 먹고 일하는 사람이 어디 있노?
- 하, 그러네. 내가 잘못했네. 계속 욕먹으면서 불행하게, 아프게, 내 몸 축내 가면서 살 걸.
- 그게 아이라!
- 나 우울증이래. 너무 애써서, 힘든데 쉬지 못해서…나를 혹사시켜서 마음에 병이 왔대. ——남하늘
- 그럴 리 없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나는 니를 최고로 키웠다! 니를 위해서 내 모든 걸 다 바쳤는데! 그런 내 딸이, 절대 그럴 리 없다. 누구한테 그런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지 몰라도, 세상 사람들 다 우울증 걸려도 니는 절대 아이다.
- 나는, 나는 아프자도 못해?! 여태, 여태 엄마가 바라는 대로 살았는데, 내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냐고! ——남하늘
- 하늘아, 엄마는 훌륭한 딸보다 안 아픈 딸이 더 좋다. 네가 무엇이든 엄마는 널 사랑하고 아낀다.
- 도혜지
- 보세요. 채널명은 ‘서저리의 미켈란젤로’인데, 서저리도 없고 미켈란젤로도 없고 수술 얘긴 하나 없이, ‘개가 추위를 느끼는 온도’, ‘남은 떡볶이 활용법’, 이런 거나 올리니 구독자 수가 저랑 홍보 실장님 포함 5명 아니냐고요.
제1회
제2회
- 남하늘
- 어제는 내가 술이 좀 과했어. 그, 원래 알코올이 들어가면 전두염이 마비돼서 이성적인 판단이 힘든 거 너도 알지?
- 그럼, 알지. 어제 일은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야. 이 전두염이 잘못한 거지. ——여정우
- 아이. 그럼, 그럼. 그, 앞으로 그, 전두염 단속 잘하고 술도 조심하고 서로 닿지도 말자. 약속.
- 어, 약속…아, 우리 닿지 않기로 했잖아. ——여정우
- 아, 그, 그러네. 그래, 그럼, 얼른 꺼져.
- 그래, 그럼 너도 얼른 잘 꺼져, 응. ——여정우
- 어, 야, 너…
- 왜? ——여정우
- 나가던 길 아니었어?
- 아, 맞네. 어, 그럼 나 잘 꺼질게. 아, 그게 내가 반대로 꺼져야 돼서. ——여정우
- 솔직히 조폭이면,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다가 죽이겠지. 이렇게 짜치게 집이나 엎겠냐? 안 그래?
- 아니, 진짜 조폭이면 막 끌고 가서, 어? 폐건물 같은 데서 포대 자루 뒤집어씌워 가지고 막~ 때리고. 그러다 또 거꾸로 뒤집어서 또 막 패고. 그러다 죽으면 뭐 한가에다 던지겠지.
- 너 T야? 완전 실감나고 자세한 설명 고맙다. ——여정우
-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이 살았을까?
- 열심히 산 거지. ——여정우
- 등신같이 산 거지.
- 최선을 다해 산 거지. ——여정우
- 쓸데없이 최선만 다하다 쓰러졌지.
- 그럼 어차피 이렇게 쓰러진 김에… ——여정우
- 힘내라고?
- 아니, 힘내지 말고 쓰러져 있으라고. 우리…쓰러진 김에 좀 쉬자. ——여정우
- 열심히 살아온 내 삶은 무너졌고, 나는 꽤 거창한 위로를 받길 원했다.
- 하지만…떡볶이가, 오락실이, 쓰러진 채 있으라는 말도 안 되는 위로가 오늘 밤은 나를 편히 잠들게 해 줄 것 같다.
- 혹시 들었니? 잘 몰라서 하는 얘기…아, 뭐라고 쓰지?
- 잠깐, 나 여정우 번호 모르잖아?
- 여행을 안 다녀 봐서 그 지역으로 검색해야 한다는 걸 간과했어. 미안.
- 됐어. 야, 이런 것도 다 추억이지. 안 그래? ——여정우
- 해 안 뜨는 게 꼭 우리 인생 같네.
- 웃고 있지만…견뎌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힘겨워하고 있다는 건 안다.
- 하지만 이런 힘겨운 시간 속에서 너를 위로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 너도 조금은 괜찮아질까?
- 비록 오늘은 해가 뜨지 않았지만, 내일은 뜰 것이다.
- 그렇게 우리는 한치 앞도 모른 채…뜨지 않는 해를, 그럼에도 기다리고 있었다. ——여정우
- 여정우
- 더 빨리, 더 많이. 더 빨르게.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그렇게 파국으로 치닫던 어느 날…
- 하지만 나는…쓰러지는 것도 2등이었고.
- 평온했더 내 삶을 무너뜨려 놓고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는 그 몰인정함! 매너 없음, 의리 없음, 싸가지 없음!
- 그런 모습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남은 인생 절대로 엮일 일 없었으면 했다.
- 그런데…
- 그, 그게 아니라요, 그…그냥 이렇게 친해질 기회가 전혀 없어 가지고. 아니, 얘가요, 막 하루에 딱 10분만 수다 떨 시간으로 정해 놓고 그 외엔 대꾸도 안 하고요. 그리고 애들이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해도 그, 무슨 떡볶이 알러지가 있다면서 거짓말까지 하면서 공부만 했거든요, 뭐…
- 야, 너 그거 거짓말인 거 알고 있었어? ——남하늘
- 야, 당연하지, 세상에 떡볶이 알러지가 어디 있어! 그럼 말이 되는 알러지를 얘기했었어야지.
- 아니, 그래도. 너 유치원 때 이후로 처음 쉬는 걸 거 아니야.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거 없었어?
- 음…밤새도록 논문 읽고 싶긴 했어, 아주 미친 듯이. ——남하늘
- 응, 진짜 미친 거 같애. 야,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무슨 밤색도록 논문을 읽어?!
- 왜? 나 논문 읽는 거 되게 좋아해! SCI급 논문들부터 마이너 한 논문들까지 닥치는 대로 다 읽어. 막 읽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한 번은 내가 어떤 걸 봤냐면… ——남하늘
- 응, 넌 진짜 안 되겠다. 내가 놈 놀아 줘야지. 일단 우리 떡볶이 먹고 오락실 가고 노래방 가자.
- 뭐? ——남하늘
- 너 고딩 때부터 오락실도 가고 떡볶이도 먹고 뭐, 노래방도 가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며. 끝없이 놀게 될까 봐. 근데 이젠 할 일이 없네? 끝없이 놀아도 된단 얘기지.
- 어이고, 미안. 아니, 실수로 눌러 보렸네.
- 가 아니고 진짜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가 버릴 뻔했네. 아니, 뭐 해, 가창 시험 쳐?!
- 고2 때 가창 시럼 잘 보려고 1000번 넘게 연습한 노래긴 한데. ——남하늘
- 아니, 그건 알겠는데. 아이, 그래도 노래방에 왔으면 가요를 불러야지.
- 나 사실 아는 가요 하나도 없어. 사람들이 그 시절 그 노래라고 좋아해도, 난 그 시절에 노래를 안 들어서, 추억할 것도 없더라고. 그런 의미로 펌프인지 뭔지 그거나 한번 할까? ——남하늘
- 그, 근게 왜 그런 얘길 그렇게 슬, 슬프게 해?
- 나 번호 줘.
- 내 번호? 왜? ——남하늘
- 가끔 놀자. 우리…동창말고, 친구 하자. 그, 뭐 행정적으로 엮인 그런 사이 말고. 서로가 원해서 이루어진 과계, 친구하자고.
- 하늘아, 우리 친하게 지내자.
- 남바다
- 오늘 저녁 반찬은 뭐야? 애걔, 콩나물? 어, 나 장조림 먹고 싶은데. 엄마, 그러지 말고 나 장조림 좀 해 주라. 고긴 아롱사태 사다가.
- 이씨, 뭐? ‘아롱사테’? 이 사태 파악 안 되는 놈의 새끼가 고마 고마 한번 궁디를 주 차 뿔까?! ——공월선
- 내가 아이디어 냈어. 보니까 요쯤 슬플 때도 파티를 하더라고. 이별 파티, 이혼 파티, 그리고 이건 내가 개발한 우울증 파티!~
- 남하늘
- 나에겐 학창 시절 친구가 없다.
- 그랬는데…그런 나에게…
- 그 시절 친구가 나타났다.
- 그 시절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생겼다.
- 야, 모래에다 뭐 하는 거야?! 아, 이런 거 하지 마!
- 이런 것도 다 추억이야! ——여정우
- 추억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야, 소름 돋고. 야, 오글거려.
- 야, 야, 건드리지 말아 봐, 어? 이 기념비적인 거를. ——여정우
- 이제 알겠다. 사실 그동안은 그냥 막연하게 너가 누명 쓴 거라고만 생각했거든? 뻔뻔하게 우길 놈은 아닐 거라는, 그저 막연한 직감으로만?
- 근데 너랑 지내다 보니까, 그리고 방금 일 떠올리면서 내가 널 왜 그렇게 믿는지 좀 알 거 같아서.
- 막 절대 안 봐둘 것처럼 경쟁하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해 주던 너가. 너가 가진 걸 전부 다 날렸는데도 다른 사람들 고통부터 생각하는 너가…절대 그럴 리 없지.
- 자꾸만 조급해진다.
- 사실 나는 소개팅 내내 상대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따지기보다, 대화에 낄 수 없는 내가 초라했고. 일하고 있는 친구가 부러웠으며, 그런 말에도 명치 끝이 아플 만큼, 나의 자존감이 무너져 있었다.
- 여정우
- 사실 뭐, 기분이 좋다 그러면 그건 거짓말이지. 근데, 그냥 그런 생각도 들어. ‘이만큼 이뤄 놓은 게 있어서 다행이다’싶은. 어쨌든 나 때문에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니야. 그 사람들한테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할 수 있어서. ‘내가 모아 둔 게 있어서 다행이다’싶어.
- 아, 그럼 하늘이 고모님분들이시니까 제가 최대한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 우선 고모님부터. 음, 확실히 나이가 나이이시니만큼 노화가 상당히 진행되셨어요. 예전엔 쌍꺼풀 찐하게 있으셨죠? 근데 지금 쌍꺼풀이 잘 안 보이는 거? 이게 다 노화 때문에 피부가 처져서 그래요. 근데 이게 지금 간단히 찝는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고요. 그냥 다 째서 걷어 내야 될 거 같애요.
- 그리고 고모님은…이거, 이거, 팔자 주름 이거 플러 맞으셨죠? 근데 지금 그 필러가 벌써 다 퍼져서더 주름져 보이거든요. 근데 그것보다 더 시급한 건 요거, 요거. 이거 이, 이 불독처럼 처진 이 살 이거…이야, 이거는 안면 거상 그중에서도 그냥 풀 거상, 영혼까지 끌어올려서 그냥. 그 처진 피부랑 주름은 잡아야 될 거 같애요.
- 뭐 ‘요래요래 살짝씩만 넣으면 10년은 젊어 보이지 않겠나’? 생각하시죠? 으응, 전혀 어림도 없어요. 그 정도는 6개월도 젊어지지 않아요.
- 보통 흔히들 그, 성형을 재건축이라고들 하는데, 고모님들은…재개발에 들어가셔야 될 거 같습니다.
- 근데 형은 왜 그렇게 얘길 한 거야?
- 아, 난 그냥 솔직하게 얘기한 거지, 뭐. ——민경민
- 아니, 사실대로 말하려면 제대로 다 말했어야지. 그 교수가 논문 가로챈 거, 애 괴로힌 거, 연구비, 퇴직금, 빼돌린 것까지 전부 다! 아, 얘가 어떤 마음으로 거기까지 갔는데, 이씨.
- 너 잘못 산 적 없어.
- 네 잘못 아니야.
- 나도 그 말 해 주러 왔어.
- 손찬영
- 여정우, 너 솔직히 말해 봐. 책상 잡아 준다는 건 핑계고, 사실은 남하늘 암살하려고 한 거지?
- 뭐? ——여정우
- 아, 쟤 저러는 거 못마땅해서 이참에 라이벌 처리하려고 했던 거 아니야?
제3회
제4회
- 남하늘
- 아니, 아무리 친구라도 여기까지 온다는 게 말이 돼? 경상북도 화본까지 찾아오진 않을 거 같거든?
- 그게…관광하러 왔다, 왜?!
- 뭐, 뭐?!
- 아니, 네가 걱정된 건 맞고, 맞는데…그래서 처음엔 내가 서울역으로 나갈까도 싶었거든? 근데 이거 가민있어 보자, ‘내가 화본에 가 본 적이 있었던가?’ 하니까 또 없는 거야. 아, 뭐, 근데 어차피 너 기분도 더럽겠다. 같이 가서 바람도 좀 쐬고, 어? 그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어? 뭐, 그니까 관광을 하러 왔다 이 말이지. ——여정우
- 야! 난 널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해, 어? 남자라기보다는 그냥…인체, 생명 뭐, 단백질 뭐, 그런 느낌?
- 야, 너 지금 나 단백질로 본다 그랬냐? ——여정우
- 너 뭔데 자꾸 다정해? 너 고딩 땐 되게 유치하고 못나게 굴었잖아. 근데 왜 자꾸 오락실 데려가고, 왜 속초 데려가고, 왜 학교도 데려가고…나 챙겨 주고 그래? 아니, 왜 자꾸 막…막 아무 때나 막 손도 잡고, 어? 왜 같이 있자고 하고, 왜 화본까지 찾아왔어? 너 나 신경 쓰이지? 신경 쓰이는 거 맞지?
- 사실…사실…너한테 특별한 마음은 없어. 그냥 친구로서 잘해 준 건데 헷갈리게 했다면 미안. 이제부터 조심할게. ——여정우
- 나도 안 어색한 척 막 아무 일 없었던 척하고 싶은데…쪽팔리는 걸 어떡해, 쪽팔리는데.
- 난 친구가 별로 없어서 친구끼리 어디까지 하는지 잘 몰라. 그게 우정인지 관심힌지 잘 모른다고. 그래서 나 혼자 착각하고 삽질한 거, 쪽팔리다고.
- 하늘아. 지금 내가 너한테 많은 얘길 해 줄 수가 없는 건…내가 자격이 없어서야. 네가 쪽팔려 할 일 아니야. ——여정우
- 누군가의 아픔이 내 일처럼 아프게 와닿고…누군가의 슬픔에 함께 물들어 가던 순간이었다.
- 여정우
- 난 정말이지, 남하늘 괜찮다는 놈들이 제일 이해가 안 됐는데…왜 이젠, 네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까? 왜 너를 보면 안심이 될까?
- 난 왜 속상한 일이 생기면 너부터 생각나고. 왜 너의 한마디에 마음이 놓일까? ——남하늘
- 이제 와 하는 이야기지만….사실 그때, 기분이 좋았고.
-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조금 떨렸다. ——남하늘
- 우리 요즘 왜 이럴까?
- 이제야 널 좀 알 거 같아서.
- 너는, 너 자신을 너무 못살게 구는 거 같애.
- 사람들 눈치 신경 쓰지 말고 너부터 챙겨. 오늘의 너가 괜찮아야, 내일의 너를 도울 수 있대.
- 너 아까 나한테 물어봤었지? 학생 때로 돌아가면 뭐부터 하고 싶냐고.
- 난 그때로 돌아가면, 그때 그 어린 남하늘이 너무 안쓰러워서 너 한번 꼭 안아 주고 싶어.
- 이까금 나는 악몽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매번 환자를 살리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지만, 꿈속에서 환자는 매번 숨을 거두었고. 그럼에도 나는 매일 밤 그 시간으로 돌아가 환자를 살려 내지 못한 나를 원망하고 질책했다.
- 어쩌면 마음 한 켠에 늘 있던 생각이라, 더 아프게 들렸는지도 모른다.
- 이런 내가…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걸까?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것이…가당키나 한 일일까?
- 공월선
- 아따, 고기에 먼지가 많네. 먼지가 많다.
- 예, 머, 먼지가 많네요. ——여정우
- 에, 고기도 먼지가 많제?
- 저 그럼 가보겠습니다. ——여정우
- 고기에도 먼지가 많다!
- 아, 네, 네, 갈게요! 갈게요! ——여정우
- 남하늘
- 그렇기에 절망스러운 시간이 계속될 것 같다가도…절망이라 생각했던 곳에 바람이 불기도 하는 것.
- 내 마음, 나도 어찌할 바 모르는 것.
- 나…너한테 호감 따위가 생긴 거 같아.
- 어?! 아니, 무슨 그런 얘길 빠, 빠, 빨래 밟다가 하냐? ——여정우
-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면역력이 약할 때 감염에 더 취약해지는 것처럼 마음이 약해진 상태라, 너한테 더 쉽게 감염된 것 같기도 하고.
- 지금 나한테 호감이 생긴 걸 ‘감염됐다’라고 표현한 거야? ——여정우
- 아이, 몰라! 그, 호감인지 감염인지 나도 헷갈리는데 아무튼 좀 묘하다고. 우정보다는 뭔가 좀 더 찐한 것이, 그렇다고 좋아한다기엔 섣부르고…막 그렇다고.
- 야, 됐어. 우리가 뭐, 지금 못 나가지 평생 못 나가겠냐? 어깨 쫙 펴. 우리한테도 곧 좋은 일 생길 거라고.
- 어? 어, 대박!
- 우와! 500원이다!
- 야! 나 길에 돈 떨어진 거 처음 봐!
- 봐! 좋은 일 생겼잖아! 내 말이 맞잖아!
- 오, 500원이야! 내가 500원을 주었어, 와!
- 기억이 안 나? 그렇게 호감을 보여 놓고 기억이 안 나? 네 호감이 더 얄팍하네. 네 호감이 더 쉽네!
- 야, 너 급식 당번일 때 나한텐 피망만 준 거 기억은 나냐?
- 나 기역력 좋아서 다 기억해. 근데 쟤한텐 소세지만 주셨다? 너 그렇게 음식 가지고 사람 차별하면 벌 받아.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 이거 먹을래? 우리 만두가 만든 삼촌인데, 아니…우리 삼촌이 만든 만두인데.
- 여정우
- 그, 내가 어제 한 말 있잖아. 보고 싶어다고 한 거. 그거 진심이었어.
- 아, 야. 이거 꽉 잡으라며.
- 어, 미안, 손이 미끄러져서…아니 뭐, 저런 얘길 빨래 짜면서 해. ——남하늘
- 나 사실 너무 힘든데, 너 때문에 버텨.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이게 찐한 우정인지, 면역력이 약해져서 감염된 건지, 아니면 다른 어떤 감정인지…뭐가 됐든 지금 이 모습으론 싫으니까.
- 아니, 아까 보니까 여기 전등이 고장 났더라고. 아, 내가 이렇게 밝혀 줄 테니까 조심히 내려가.
- 아니, 뭐, 정신과 가이드야, 뭐야?
- 야, 잠시만 명치…
-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아 줄래?
- 아, 이게 무슨 약 먹방도 아니고.
- 그래도 같이 먹으니까 든든한데? ——남하늘
- 야~ 그 옛날 우리가 공부로 전국을 휩쓸 땐, 십수 년 후 대낮에 공원에 앉아 가지고 정신과 약 까 먹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해 봤겠냐?
- 뭐야? 갑자기 왜 내외를 해?
- 아니, 그게…불러 줄 노래가 있다더니 갑자기 고백을 해 버리니…아니, 마음 숨기기 힘든 건 이해하는데, 아니, 뭐, 네가 먼저 자격 운운했고 나는 너 마음 불편할까 봐 보류한 건데…갑자기 그렇게 고백해 버리면 어떡해. ——남하늘
- 고백? 내가 언제?
- 아니, 아까 했잖아. 그, 노래마다 내 이름 넣어 가지고. ——남하늘
- 아, 그러니까 내가 언제?
- 아니, 막, 그…’남하늘 뭐 사랑한다 했잖아’. ——남하늘
- 야, 그건 ‘남하늘’이 아니라 ‘나만을’. 그니까, ‘나만을 사랑한다 했잖아’.
- 어, 그럼 그, 그, 뭐야, ‘진심으로 뭐 남하늘’… ——남하늘
- ‘진심으로 나만을, 사랑할 수 있는’…
- 아하하하…농담 한번 해 본 거야, 농담. ——남하늘
- 에이, 뭐, 뭐만 한면 취소래. 야, 너의 호감은 왜 이렇게 얄팍해?! 왜 이렇게 쉬워?!
- 진짜로 고백한 건 아니다.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고백을 뭐, 오락실 노래방에서 할 거 같애? 아니, 모태 솔로라 그런가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
- 왜? 넌 틀릴 일이 없어서 많이 필요 없을 것 같애. 아니야? 자…아이구 떨어졌네~
-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나 진짜…너 때문에 버텨.
- 넌 꼭 누군가가 처방해 준 약 같애. 나 PTSD 있어도 병원 안 간 거, 너가 나한테 약 같아서…이 무너진 마음을 자꾸만 일으켜 줘서…그래서 안 간 걸지도 몰라.
- 이 힘든 일 다 지나가고 나면, 그때…제대로 얘기할게. 오락실, 노래방 같은 데서 말고.
- 이홍란
- 보세요, 저는 아무도 구독한 사람 없잖아요.
- 저 구독하셨는데요. ——빈대영
-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아 미쳤나 봐, 미쳤나 봐. 내가 이걸 왜 구독으로…어우, 진짜 미쳤지, 진짜. 구독 취소 눌러야지, 구독취소.
- 아니, 뭐, 그걸 구독 취소까지 그… ——빈대영
- 왜 이거를 구독했어. 어머, 어떡해…
- 아,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 왜, 왜 그래? 왜 그래요? 어? ——빈대영
- 가만…
- 어, 뭐야? 뭔데요?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빈대영
- 이 안에 잠자리가 있는데요. 아, 저희 아들이 곤충을 너무 좋아해서요.
- 아, 근데요? ——빈대영
- 죄송하지만 이데로 옆에 문구점 좀 같이 가 주실 수 있을까요?
- 왜요? ——빈대영
- 채집통 좀 사러.
- 예?! 지금 그게 이 상황에서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빈대영
제5회
제6회
- 남하늘
- 너무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진실은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오게 되어 있으니까.
- 야, 너 또 혼자 가다가 막 미행당하고, 어? 또 막 쥐어 터지면 어떡할라고?
- 야, 뭘 또 쥐어 터져? 야, 그나마 내가 운동 신경이 좋아서 이 정도인 거야. 너였잖아? 너 그, 이 자리…아니, 그냥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못해. 어? 나니까 이 정도지. ——여정우
- 아, 깜짝이야. 뭐야? 설마 엄마한테 맞아서 코피 난 거야?
- 맞아서 난 건 아니고. 피하다가 자빠져서 나긴 했는데. 아무튼, 누나 잔짜 아니야? ——남바다
- 여기서 뭐 해?
- 아, 그기, 오랜만에 삼겹살 좀 구버 묵을라고. 고기 묵은 지 오래됐다 아이가. 저~ 네 친구도 저거 밥 안 묵었으믄 좀 부르든가.
- 그게…정우 속 시끄러울 텐데 내려가. 내려가서 그냥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
- 아이다. 이 밖에서 그릴에 구버 먹는 고기랑 집 안에서 가스레인지에 구버 먹는 고기랑 고기 맛이 같은 줄 아나? 어우, 냄새 좋다. 억수로 맛있겄다!~ ——공월선
- 누나, 근데 옥탑은 웬일이고? 그 물뿌리개는 또 뭐고? ——남바다
- 아, 나는 그…어, 양배추에 물이나 좀 줄까 하고.
- 음, 그러셔? 생전 양배추엔 관심도 없더니? ——남바다
- 관심이 없긴, 어? 내가 양배추를 얼마나 누여겨보고 있었는데.
- 완전 동그랗고 샛노란 게 소원 빌고 싶게 생겼어.
- 이제 저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으니까, 이제 남하늘 행복하게 해 주세요! ——여정우
- 그렇게 다 들리게 빈다고?
- 크게 말해야 들어줄 거 아니야. ——여정우
- 여정우
- 수십 개의 모종 중에 내 화분에만 싹이 나지 않았다, 일명 강낭콩 사건. 그것은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번째 실패였다.
- 볕이 잘 드는 곳에 화분을 놓아 보기도 했고, 다른 아들보다 더 성실히 물도 줘 봤지만…나의 강낭콩은 야속하게도 대답이 없었다.
- 그깟 강낭콩 때문에 그날 난 펑펑 울었다, 외로운에, 서러운에…
- 강낭콩만 한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 그쯤 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은 강낭콩 같은 것이라는 걸.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일도 있다는 걸.
- 항상 애매하게 왔던 행복과는 달리 불행은 정확하게 왔다.
- 나는 순식간에 가장 낮은 곳까지 떨어졌고 실패는 여전히…외로움과 닮아 있었다.
- 초라해 보일까 봐 괜찮은 척 견디는 척했지만, 사실은 나를 돌봐 줄 가족의 존재가 사무쳤고, 나를 믿어 줄 누군가가 절실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불행들 속에 어제보다 나을 것 없는 하루만이 어둠 속에 잠겼다.
- 나는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 다시…평범한 저녁이 찾아올까?
- 뭐, 나라고 뭐, 살아오면서 실패가 왜 없었겠어? 너처럼 좋은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 이런저런 시련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불행은 한두 개쯤 가지고 살아가니까. 나도 가진 걸 삼사해하며 살자…다독이며 살았고. 나름 잘 버텨 온 거 같아서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했는데…근데 이제 와 보니, 그동안 내가 버텼던 건 내가 강해서가 아니라, 이렇게까지 처절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구나 싶더라.
- 너는 나한테 꼭 불아증 약 같은 존재야.
- 내 인생은 짜디짠데, 너는 너무 달아서. 마치 염전에서 먹는 사탕 같았어.
- 내 인생은 쓴데, 너랑 지냈던 시간은 너무 달콤해서 고사리랑 초콜릿을 같이 먹는 것 같았어.
- 너는 내가 심은 강낭콩이야.
- 불안증 약과 염전에 사탕과 고사리와 초콜릿을 지나 이번엔 강낭콩이야? ——남하늘
- 응. 왜냐하면, 네가 앞으로 어떻게 피어날지 너무 궁금해.
- 나는, 나를 믿어 줄 누군가가 진짜 절실했거든? 그냥 그런 사람 딱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했었는데…네가 왔어.
- 빈대영
- 아니, 뭐, 친하기는. 그냥 잠자리 얘기한 거야. 잠자리에 얽힌 사고가 있었거든.
- 잠자리에 얽힌 사고라면…두 분 원 나잇 한 거예요? ——도혜지
- 아니, 무슨 또. 아니, 그 잠자리 말고 이 곤충 잠자리! 아, 도 간은 뭘 그걸 그렇게 이해하니, 참. 아, 뭐 음란한 마귀가 씌인 거 같애, 아주 그냥.
- 뭐가요! 원장님이 오해하게 말해 놓고. ——도혜지
- 남바다
- 뭐 찾아? 다리미? 설마 다리미를 냉장고에 뒀겠어?
- 헐, 엄마 치매 아니야? 어떡해, 나 벌써 눈물 날 거 같애.
- 아, 진짜. 그냥 옥탑 형 걱정돼서 왔다고 다들 솔직하게들 말해. 괜히 고기 굽고 인삼주 가져오고, 양배추 물 주러오고…이런 이상한 짓들 하지 말고.
- 나 너무 억을해. 그 목격자 내가 제일 먼저 마주친 거나 다름없는데. 그때 잡았음 내 경찰 특채 될 수 있었을 텐데!
- 나 사실 백수로 사는 거 쪽팔려. 누나 지갑 손대고, 엄마 지갑 손대고…삼촌 지갑 손대는 거 이제 자괴감 든다.
- 너 내 지갑에도 손댔드나? 얼마 가 왔어? 5만 원? ——공태선
- 공월선
- 진짜 네 짓 아이가? 네 전에도 사귀는 아 갖다준다고 엄마가 재워 놓은 돼지갈비며 갓김치며 전복이며 다 쌔비 갔다 아이가?
- 니네, 네 짓이네.
- 이 자슥이. 이 문디 자슥이…
- 자, 자, 자, 자… 빨리 무라. 빨리 무라. 자, 자, 자, 자…며칠 동안 방에서 안 나오더만은 그,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뭇을 거 아이가.
- 뭐고? 방에서 안 나오는 건 어떻게 알았데? ——남바다
- 그, 월세를 받는 입장에서 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을 해야지. 돈은 내야 될 거 아이가. 나는 받아야 이걸 또 차리지.
- 씁, 그러기엔 핑계가 너무 좋은데… ——남하늘
- 뭐라 하노, 아유, 내가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아이다, 내가. 이 봐라, 이 봐라, 이 봐라. 고기 남으니까 묵으란 거 아이가.
- 어요, 보소. 아가 그렇게 힘들 땐 전화 한~ 통 없더니, 어디서 인자 와서 연락질인교?
- 당신이 그라고도 사람입니까?!
- 하, 그리 걱정이 됐으면 진작에 연락을 했어야지. 냉큼 꺼지소! 확 마 냉수 한 바가지 쌔리 부어 뿌기 전에 콱!!!
- 남하늘
- 너 뭐, 5만 원 매니아야? 왜 맨날 ‘5만 원’, ‘5만 원’ 거려?
- 아, 뭐, 데이트하려고 ‘5만 원’, ‘5만 원’ 거린다. 사실 내가 요즘 썸 타는 애가 생겼는데. ——남바다
- 또 타냐? 아니, 무슨 썸을 커피 타듯 타?
- 야, 너 언제 왔어, 여기?
- 삼촌이 설거지 도와주면 일당 5만 원 준대서 며칠 도와 주기로 했거든. ——남바다
- 와, 씨. 또 5만 원이야? 야, 넌 그냥 차라리 5만 원으로 개명을 해.
- 왜 남의 핸드폰을 보고 그래?
- 아니, 본 게 아니라 보이는 걸 어떡해, 내 시력이 좋은 걸. ——여정우
- 제가 다 쓴 논문인데 왜 제 이름은 빼신 거예요?
- 아, 그거. 이번엔 내가 단독으로 가는 게 나은 거 같아서. 아니, 오 선생도 그렇고 권 선생도 그렇고 다 그렇게 냈어. 나도 그렇게 가야지. 그리고 그쪽은 10점짜리 더 나을 게 있고 나 이거밖에 없는데. ——민경민
- 그래도 제가 다 쓴 논문인데, 그걸 단독 1저자로 가져가시면…
- 넌 이게 문제야, 어? 너 지금 분위기 몰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너 내 인생 망하는 거 보고 싶어? 하늘아, 이번에 티오 나면은 그때 너부터 밀어 줄 거야. 그러니까 이번 일은 묻고 가자, 응? 교수님도 허락하신 일이나까 그렇게 알아. ——민경민
- 너 왜 나 쪽팔리게 만들어? 왜 너까지 날 더 비참하게…
-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 난 지금 연애 같은 거 할 상황 못 되는 거 같아. 어제는 괜찮았는데…오늘은 안 괜찮아. 기분이 계속 달라져. 내가 지금 쉬고 있는 건지 무너지는 건지 잘 모르겠어. 내가 잠시 잊고 있었는데, 난 나 하나로도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야. 미안해.
- 그냥 내 옆에서 힘들면 안 돼? 그 힘든 일이 뭐가 됐건 같이 힘들자. ——여정우
- 싫어. 나 때문에 왜 너까지…그게 제일 싫어.
- 괜찮아.
- 아니, 연애 안 해도 되고 나 안 좋아해도 되니까…이거 가져가. ——여정우
- 여정우
- 근데 내가 이게 지금 무슨 일이 몰라서 그러는데, 진짜 수도가 터졌어?
- 야, 너 어제 막 손도 잡고 그랬으면서. 그럼 그건 사귈 마음도 없이 나한테 그랬던 거야? 야, 너 나 갖고 논 거야? 너야말로 나 간보는 거야?!
- 근데, 네가 말한 데이트가…이거 맞지?
- 응, 왜? ——남하늘
- 응? 아니야, 아니야. 그냥 이게 데이트인지 학회인지 잠시 헷갈렸을 뿐인데, 신경 쓰지 마. 근데…스윗하다는 말 뜻은 아는 거지?
- 아…아니, 난 남자 친구랑 같이 논문 읽고 토론하는 게 로망이었어 가지고, 이게 되게 스윗한 데이트라고 생각했는데? ——남하늘
- 아, 그렇게 들으니까 또 스윗하긴 하다. 근데, 혹시 그럼 다음 코스는…
- 스터디 카페 예약해 뒀어. 너랑 둘이서 논문 공저자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넌, 뭐, 같이 쓰고 싶은 주제 없어? 아니, 그렇다고 연구만 하자는 건 아니야. 같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게임도 준비해 뒀어. ——남하늘
- ‘게임’? 무슨 게임? 뭐야? 손목 때리기 그런 건가?
- 이게 뭐게? ——남하늘
- 뭔데?
- 정맥 주사. 그럼, 흠. 이건 뭐게? ——남하늘
- 뭘까?
- 동맥 주사. 이렇게 스피드 퀴즈를 할 거데. ——남하늘
- 너 잠깐 나와 봐. 일로 와 봐, 일로 와.
- 나는 네가 이제 참고 양보하는 거, 그런 거 이제 안 했으면 좋겠어.
- 뭐든 이해하려고 하는 거 보면 마음이 좀 그래.
- 맨날 참고 이해하고 양보하고…그러다가 결국에 그렇게 지친 게 아닐까…
- 미안해 형. 형 이렇게 마음 써 주는 거 정말 고마운데, 지금은 안 될 거 같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 좀 상황이 함들어. 그래서 내가 옆에 있어 줘야 될 거 같아.
- 네가 일도 못 할 정도야? ——빈대영
- 뭐, 꼭 그렇다기보다, 나 혼자 제자리를 찾는 게 상실감이 더 클 같기도 하고.
- 남바다
- 썸이란 말이 왜 있겠어?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아무리 손을 잡았더래도,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을 했다 해도, ‘사귀자’ 땅땅 없으면 무효지.
- 마트 가서 장바구니에 백날 담으면 뭐 하노? 결제 안 하면 마트 거지, 안 그래?
- 형, 우리 남자 대 남자로 얘기 좀 해요.
- 어. ——여정우
- 우리 누나랑 제발 사귀어 주세요. 저도 우리 누나랑 잘해 보라고 말하기 참 염치없고 미안한데요. 근데 이제 와 솔직히 말하면, 형이 우리 누나를 너무 갖고 놀아서 살짝 짜증 나거든요.
- 야, 내가 언제 니네 누나 갖고 놀았어? ——여정우
- 아, 그렇잖아요! 막 우리 누나 데리고 속초 가고 화본 찾아가고. 그렇게 우리 누나 헷갈리게 만들더니, 그, 그래 놓고 막 뭐, 친구일 뿐이라고 선 오지게 긋고.
- 야, 그게… ——여정우
- 저도 얼핏 그런 생각 했거든요. ‘형이 지금 연애할 상황이 아니라 밀어내는 거 아닌가’ 하는. 근데 이제 다 해결됐잖아요. 그래 놓고 왜 우리 누나 간보냐고요?
- 야, 내가 또 언제 니네 누나 간을 봤어? ——여정우
- 형 우리 누나랑 손잡았잖아요!
- 와, 얘 봐라. ——여정우
- 그, 누나가 지 친구 얘기라면서 상담해 왔는데, 누나 친구 없거든요. 그거 분명 지 얘기거든요. 형, 어젯밤에 우리 누나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고 손도 막 잡았다면서요. 그래 놓고 여태 ‘사귀자’, ‘말자’ 말이 없으니, 우리 누나가 얼마나 애가 타겠냐고요. 누나는 지금 사귀고 싶어 안달 나 가지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고 난리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 누나 불안하지 않게 이쯤에서 제발 사귀어 줘요.
- 우리 누나 요즘 우울한 것만 빼면은. 아니, 옷 못 입는 거 빼면은. 아니, 성질 지랄 같은 거 빼면은 그래도 사람은 착해요, 예?
- 오늘 기대해라. 아니 진짜. 누나 오늘 남친 생길 기다!
- 솔직히 아까 누나가 상담한 거, 옥탑형 얘기인 거 다 알거든? 그래서 내가 형 만나서 남자 대 남자로 대화 좀 하고 왔어. 아마 곧 고백할 기다.
- 고맙제? 고마우면 5만 원…아이다, 아이다. 이건 솔직히 10만 원 받아야 된다, 맞지?
- 10만 원.
- 10만 원…넌 그냥 10만 대만 맞아라, 10만 대만!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는데. ——남하늘
- 왜 도와줘도 난리야! 아!
- 빈대영
- 내가 그때 알았더라면 당장 너 데리러 왔을 텐데…아, 이렇게 다 쓰러져 가는 옥탑에…아니, 1000에 30짜리에 살게 하지는 않았을 거 아나야.
- 1000에 50이야. ——여정우
- 관리비 포함?
- 아니, 저, 정말 죄송한데요. 저, 자리 좀 한번 비켜 주시겠어요? 제가 정우랑 할 말이 많아서요.
- 아니, 뭐래, 형이나 자리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제가 오늘 하늘이랑 첫 데이… ——여정우
- 야, 나 진짜 너한테 할 말이 너무 많아. 진짜 네 걱정 많이 했다고, 정우야.
- 이렇게 쭈그리 된 네 모습 보니까 내 마음이 막…사장님, 여기 소고기 5인분 부탁그리겠습니다.
- 형, 무슨 5인분씩이나 시켜? ——여정우
- 소고기라고 쫄지 마. 여긴 많이 먹어도 얼마 안 나와, 실컷 먹어. 이게 이제 그냥 소고기한테도 쫄고…
제7회
제8회
- 남하늘
- 이미 내 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없었다.
- 문득 다 지겨워졌다.
- 다시는 누군가를 믿지 말자 다짐했던 그 순간…너를 만났지.
- 너는 무너지기 직전인 아슬했던 내 삶을 지탱해 주었고, 나는 그런 너가 못 견디게 좋았고…그럴 때마다 문득 불안해졌어. 너도 언제가는 나의 고통이 될까 봐…두려웠어.
- 이런 불안정한 내가 너와 행복할 수 있을까?
- 함께 힘들어지는 연애라니…이게 내 이별의 이유야.
- 단단하지 못한 마음이라서, 미안해.
- 꼭 잘 살아야 돼?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돼?
- 그 사람이 그러더라. 교수 하려고 몇 년 구르다가 결국 물먹고 집에서 쉬는 거 안다고. 교수보단 병원장 며느리가 낫지 않겠냐고. 난 근데 그딴 사람 말은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런 식의 조롱 병원 그만둔 후로 숱하게 들었으니까. 고모들 시선, 사람들 비아냥 그딴 건 괜찮았다고. 근데! 엄마도 그 말에 동의했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날 그런 자리로 내몬 거잖아. 내가 별 볼 일 없게 산다고 느꼈으니까!
- 그게 날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알아?
- 여정우
- 뭐야? 남하늘 왜 이렇게 잘 지내? 선도 보고 족발도 뜯고 난리가 났네?
- 왜? 난 이렇게나 힘든데?! 넌 그 족발이 목에 넘어가냐?! 으아!
- 그래, 그것도 사정이 있었겠지?
- 어, 왔어?
- 여긴 어떻게… ——남하늘
- 내 집에 내가 왔는데, 안 돼?
- 아, 아니, 그게 저… ——남하늘
- 야, 전 여친.
- ‘전 여친’? ——남하늘
- 뭐, 이틀 사귄 것도 사귄 거니까 전 여친이지. 그리고 밤에 ‘자니?’ 이런 문자까지 보냈으면 빼박 전 여친 아니야?
- 너 너무 잘 지내지 마. 그렇다고 못 지내지도 말고. 간다…
- 아니, 내가 사실 할 말 있어서 온 거였거든? 아, 진작부터 하고 싶었는데 네가 부담스러워 할까 봐 참고 있었어, 근데!어, 알고 나갔든 모르고 나갔든 선도 보고 술도 마시고 족발도 신나게 뜯는 걸로 봐선 내가 볼 땐 괜찮네. 그니까 그냥 얘기를 할게! 어, 넌 좀 부담을 느껴도 될 거 같아서….
- 나 너 기다려도 돼? 네 마음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도 되냐고.
- 뭐? 왜? 어? 뭐, 내가 너무 매달려? 야 그러, 그러는 너도 뭐, 밤에 ‘자니?’ 이런 거 보내면서 구질구질하게 굴었잖아!
- 뭐, 뭐, ‘구질구질’? ——남하늘
- 그래! 구질구질! 질척질척! 미련 한가득!
- 아니, 뭐, 뭐, 뭘 또 그렇게까지… ——남하늘
- 아, 뭐, 됐고. 난 전 남친답게 미련 한가득 안고 너 기다릴 거야. 그러니까, 언제가 됐든 다시 돌아와. 밥 잘 먹고 약도 잘 챙겨 먹고 산책도 종종 다니면서…적당히 지내다가 다시 돌아오라고.
- 남바다
- 지난주에 분명 형이 누나랑 사귈 거라 했단 말이지. 근데 그 다음 날부터 죽상 하더니, 며칠 동안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정우 형이 오늘 저렇게 떠난단 말이지.
- 아무래도 둘이 끝난 거 같은데…대체 누가 찬 걸까?
- 내가 찬다, 네를! 고만 좀 씨불여라, 고만 좀! ——공월선
- 아니, 근데, 얘네들은 새끼 쳐? 왜 이렇게 계속 늘어나? 뭐, 해도 해도 끝이 없노!
- 또 봐. 또 쉬쉬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제? 요즘은 그렇게 안 한다니까? 그냥 까놓고, 섭섭한 건 섭섭하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 뭐고? 왜 갑자기 어색해? 둘이 선 보는 사이도 아이고?
- 누나! 엄마가 해장국 끓인다고 고추 좀 따 오라는데, 내 화장실이 급해 가지고 좀 부탁해!
- 하, 아, 나온다, 안 돼!
- 가자, 가자…
- 빈대영
- 아니, 모르겠으면 물어봐야 될 거 아니야! 미련 남았으면 붙잡아도 보고! 아, 언제가 됐든 기다리겠다고 해!
- 근데, 형, 그거 알어? 그런 말도 부담될까 봐 못 꺼내는 거야. ——여정우
- 공월선
- 우리는 진짜 네 부모라서 억수로 행복했다.
- 부모가 되고 보이 본의 아니게 자식의 성적으로 인생 점수가 결정되기도 하는데…네 덕분에 우리 인생도 1등 성적표를 받은 것만 같더라.
- 우리는 남하늘 부모라서 기뻤고 정말 한순간도 빠짐없이 행복했는데…우리는 네를 키우는 것이 자랑이었는데, 네 삶은 버거웠더라.
- 나는 너를 키우느라 참 많이 행복했는데, 네는 아팠더라.
- 더 예쁘게, 더 행복하게 키워 주지 못해서 미안하지. 그니까 죄책감 가질 거 하나 없다. 네 인생 별 볼 일 없게 산다고 생각한 적 절대로 없다.
- 그러니까, 이걸로 여행도 가고 그동안 못 먹었던 것도 먹고 해라. 평생 백수로 살아도 되니까, 인자는 행복해도.
-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홀홀 털고…부디 편안해지라.
- 나는 정우 못 싫어한다. 말했다 아이가, 정우 이사 오는 날 그 얼굴이 안 잊혀진다고…
- 인물은 훤한 놈이 왜 그렇게 세상이 끝난 얼굴을 하고 있던지…제대로 챙겨 묵지도 않는 거 같고…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더라.
- 이놈도 딱하고, 저놈도 딱하더라.
- 그래서, 그런 둘이서 의지하는 게 나는 고마웠지. 속 터놓을 곳 없는 네가 정우라도 만나서 천만다행이다 싶었지.
- 네한테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네가 정우를 통해서 치유되길 바랬다. 네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삶을 살게 되길, 그 방법을, 정우랑 같이 찾아 나가길 기도했다.
- 공태선
- 아휴, 지금은 우째야 네 기분 풀리는지도 모르겠고. 이 삼촌이 해 줄 게 없어 가지고, 여가 애리.
- 네 병원 그만두고 삼촌이 몇 번이나 물어볼랬는데 왜 그만뒀니, 응? 뭣이 그래 힘들었는가? 아니, 뭐, 우리가 도와줄 건 없는가 해가…
- 이 삼촌이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네한테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네가 기댈 어깨를 내 주는 거뿌이 더 있겠나? 근데 또 네가 뭣이 모자라 가지고 이 보잘것없는 삼촌 어깨에 기대겠노?
- 남하늘
- 내 인생은 소주야. 써도 너무 써.
- 그럼 내 인생은 불닭발이야. 눈물이 절로 나. ——여정우
- 어우! 국물이 많이 쫄았는데요?
- 이 계란 제가 먹어도 되죠? ——여정우
- 야, 계란 내 꺼야. 내가 아까부터 먹으려고 데글데글 굴리면서 쫄이고 있었다고!
- 야, 계란이 네 꺼 내 꺼가 어딨어? 나도 데글데글 굴리는 거 보고 있었거든? ——여정우
- 야, 보고 있는 거랑 데글데글 굴리는 거랑 같아?
- 적혀 있는 거 아니지만…너 진짜 나쁜 아이구나?!
- 헹! 나쁜 아이가 되고 말겠어 그냥. 오케이. ——여정우
- 너 역시 그럴 거야. 병원 밖에도 여전히 여정우는 존재하고. 메스를 잡든 못 잡든 넌 멋진 사람이야.
- 어느 순간부터 난 너를 나랑 동일시했던 거 같아. 사람에게 상처받은 모습이 같고 무너진 모습이 비슷하고. 그래서 너가 괜찮아지면 나도 괜찮아질 수 있을 거 같았어.
- 너를 돕고 싶었던 마음도 맞지만, 너랑 일하면서 같이 치유받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
- 너랑 함께면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 여정우
- 어유, 씨, 어떻게 알았지?! 저 의사 맞는데요. 앞으로 ‘여 선생’ 이렇게 불러 주십시오.
- 여 선생님? 남 선생님이 아니고? ——사장님
- 제가 남 선생인데요? 저도 의사거든요. ——남하늘
- 그러니까 두 사람이 의사고, 그쪽이 여 선생님, 그쪽이 남 선생님…이다, 이 말이지요? ——사장님
- 네. ——여정우&남하늘
- 하하하…아이고, 배야. 아이고. 하하하…적당히 묵고 집에 가라잉, 계산 꼭 하고! 우리 집에 그, CCTV 있다잉. 저런 아들이 꼭 계산을 안 한다니까. ——사장님
- 아니야, 형이 실수한 게 아니라, 내가 더는 안 될 거 같아서.
- 괜찮다고,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우겨 보려고 했는데 나 아직 준비가 안 된 거 같아.
- 형, 나 메스를 잡는 게 너무 서늘해, PK 때 처음 잡아 본 메스처럼 낯설고 무섭게 느껴져.
- 더 이상 괜찮다고 우기는 건…모두에게 못 할 짓 하는 거 같아서.
- 그게 무슨 소리야? 못 할 짓이라니, 왜 그렇게 말해? ——남하늘
- 그렇잖아. 그리고 네 도움을 내가 지금 어떻게 마음 편히 받아?
- 왜 못 받아? 돌아오라며? 어제든 돌아오라고 했잖아. ——남하늘
- 그건 지금 이렇게 돌아오라는 게 아니었잖아.
- 에취! 어우, 야, 공기가 왜 맵지? 쟤 지금 뭐 먹는 거냐?
- 땡초. 부산에선 청양추를 땡초라고 한대. ——김무근
- 그러니까 그걸 지금 왜 먹어?
- 커피 가루로는 이제 성에 안 찬다는 거지. ——김무근
- 매운 거 먹고 잠 깨려고 며칠 전부터 집에서 싸 온다더라고. ——손찬영
- 야, 너 쌤이 이거 가지고 오래.
- 왜? ——남하늘
- 왜긴, 네가 먹므면 정신 번쩍 든다갈래 내가 따라 먹었다가 방금 양호실 갔다 왔잖아. 속이 뒤집어져서!
- 얘들아, 쌤이 앞으로 우리 반 청양고추 금지래. 가져오지 마.
- 나 거짓말했어. 너 따라서 청양고추 먹은 적 없다고. 그거 거짓말이라고.
- 뭐? ——남하늘
- 그래야 네가 멈출 거 같았거든. 그땐 너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네가 힘든 거 보기 싫던데, 지금 내 마음은 어떨 거 같애?
- 그럼 넌 어떻게 했는데? 나도 너 힘들어할 때 혼자 두기 싫었어. 내 옆에서 힘들면 안 되냐고, 같이 힘들자고, 붙들고 애원했어. 근데 넌…우리 관계 버렸잖아.
- 난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아직도 몰라. 정확한 이유도 못 들었어. 아무리 힘들어지더라도 난 다 버티고 너 좋아할 준비가 되었는데…네가 내 손 놓은 거라고. 근데 넌 내가 힘든 거 못 보겠어? 옆에 있어 줘야겠어? 네 마음 편하자고?
- 그만 가. 나 네가 지금 이러는 거 이기적으로 밖에 안 느껴져.
- 네가 나한테 지금은 연애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이별 통보했을 때, 그때 솔직히…나 많이 괴로웠거든? ‘아, 나는 얘한테 힘이 되어 주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나로는 의지가 안 되는구나’ 하고 자책 많이 했어. 그래서 이겨내 보려고 했어.
- 너한테 든든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 많이 했는데, 근데 네 앞에서 손 떠는 모습을 보이니까…
- 너한테 멋있게 보이고 싶었거든.
- 이제 모질게 말해서 미안해.
- 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이유 같은 게 필요하다면, 너보다 더 큰 이유는 없어.
- 빈대영
- 아이, 도 쌤 증말…난 또 내 꺼 시켜 주는 줄 알고, 나 막 엄청 감동받았는데…이거 다들 너무한 거 아니야?!
- 다들 정우만 좋아하니까 이거 완전 타임머신 타고 전공의 시절로 돌아간 거 같애. 아니, 뭐, 그때도, 다, 어? 동기들, 선배들, 간호사 쌤들 다 정우만 좋아하고.
- 아, 한 번은 또 이런 적이 있어. 그, 할머니 환자분이 계시는데, 나한테 당신이 아끼던 크림빵을 주시는 거야. 난 그래서 그걸 맛있게 먹었어.근데 등짝을 맞았어, 왜?! 정우 주라고 준 걸 왜 네가 처먹냐고?!
- 그러게 그걸 왜 처먹어…왜 드셨어요? ——도혜지
- 지, 지금 도 쌤 나한테 지금 처먹었다 그랬어?
- 원장님이 먼저 그러셨잖아요! ——도혜지
- 내가, 내가 언제요?
- 아까 처먹는다 그랬잖아요! ——도혜지
- 내, 내가 그랬어요? 내가 처먹었다 그랬어요?
- 남바다
- 반찬이 너무 다 양배추 아니야? 난 소불고기 먹고 싶은데.
- 그냥 무라. 황정민도 아니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놓으면서 어디서 투정이고! ——공월선
- 황정민이 누군데? 바다 친구야? 걘 다 차린 밥상에 수저만 놓는대? 걔도 누구처럼 이기적이네. ——남하늘
- 뭔 소리야? 누나 그 유명한 수상 소감 몰라?
- 다들 내가 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나 지금 후계자 교육 중이야.
- 창문 깨진 데는 없는지 두꺼비집은 괜찮은지…훌륭한 건물주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 건물주가 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돼라. ——공월선
- 민경민
- 정우야, 너 걔 좋아하는 거 아니라 그랬지? 그래, 힘들 때는 대충 기대기에 괜찮았을지 모르겠지만 거리 둬. 쓸모없어, 걔.
- 단임 선생님
- 이야, 이렇게 멋진 의사 선생님이 됐어도 그냥 내 눈엔 딱 고3처럼 보이네.
- 저는요? 저도 고3으로 보이세요? ——빈대영
- 글쎄, 그…고3 아들이 있을 거같이 보이긴 하는데…
제9회
제10회
- 남하늘
- 정우야, 우리 사이 당분간 비밀로 하자.
- 뭐? 야, 어젠 사실대로 말한다며! ——여정우
-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우리 정말 아무 일도 없고 그냥 잠만 잔 건데. 이렇게 이상한 꼴을 보였으니까 분명 오해하기에 너무 좋잖아. 분명 꼬름하게 생각할 거야. 그럼 막 안 하던 참견도 하고…어우, 나 그건 진짜 못 견뎌. 일단 비밀로 해.
- 그, 아유, 그…그럼 내 이미지는? 우리 둘이 썸 있는 거 뻔히 아시는데. 그, 그새, 그새, 어? 그새! 그새 다른 여자 데려와 가지고 여기서 자고 있는, 있는 내 이미지는 괜찮은 거야? 어, 이거 안 괜찮아. 나 찍혀 각고 미움 받으면 어떡해?! ——여정우
- 여 원장님, 이거 제 계란말이거드요?
- 이 왕계란말이 총 여덟 조각으로 잘려 있었고 테이블은 네 사람씩 앉았으니 그럼 두당 두 조각씩 먹는 게 암묵적인 룰인데, 여 원장님은 본인 몫 다 드셨잖아요.
- 이건 제 계란말이라고요!
- 어젠 지가 살아오면서 본 사람 살아가며 볼 사람 중에 제일 예쁘다더니 필러나 권하고! 가볍기 그지없는 언행들에 실망을 감출 수가 없네.
- ‘언행들’이라니? 내가 또 뭐, 실수한 거 있어? ——여정우
- 아니, 뭐 실수는 아닌데 실망스럽기는 해서. 난 또 어제 핸드폰에 여자들 연락처 지운다니까 쿨하게 그러라길래, 난 너 순애보 스타일인 줄 알았거든?! 근데 여자들 틈에서 아주 신났더라? 메이크업까지 받으시고?! 게다가 뭐, 여자 친구가 없어? 야, 너 왜 여지 주고 다녀?
- 야, 여지라니! 야, 그건 진짜 억울하다! 그건 네가 그러자고 해서 그런 거잖아, 비밀로 하자고 해서! ——여정우
- 아니, 그건 나와의 관계를 비밀로 하라는 거지…여친이 없다고 말하라는 건 아니었거든? 그냥 여친 있다고 대충 둘러대면 될 걸.
- 아니, 눈치 봐서 말할 테니까 며칠만 참아 달라는 건데 그것도 이해 못 해?
- 아니, 이해 못 한다는 게 아니라 서운했다고. 아, 서운한 것도 이해 못 해? ——여정우
- 이해 못 하는 것도 서, 서운해?
- 서운한 것도 이해 못…너 MBTI가 뭐야? ——여정우
- 아니, 여기서 MBTI가 왜 나와?
- 일단 T는 확실해. ——여정우
- 여정우
- Stop, ‘여기까지만 하자’ 이 말은 앞으로 금지야.
- 왜? ——남하늘
- 헤어지잔 말을 그렇게 했잖아. ‘여기까지만 하자.’ 어, 나 지금 그 말에 타라우마 생겨서 이제 안 했으면 해.
- 아니, 좋은 날 뭣 하러 그 얘기를… ——남하늘
- 야, 안 되겠다, 내가 불안해서…너 이제 앞으로 향후 100년간 헤어지잔 말 안 하겠다는 각서 쓰고 내일 공증 받으러 가자. 난 법의 보호를 받아야지만 안심할 수 있겠어.
- 아, 내가 진짜 미안. 내가 이게 무슨 직업병처럼 나도 모르게…아니, 난 그냥 필러 맞으면 ‘음,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맞으라고 한 건데. 사실 맞을 필요 전혀 없거든? 근데 맞을 필요 없는데 따지고 보면 또 사람들이 또 많이 맞고 있고.
- 맞고 싶냐? 그리고 ‘직업병’? 난 뭐, 직업 없어? 나도 오늘 너 확 잡들 게 해줘?! ——남하늘
- 하늘아, 오늘 정말 미안했어. 마냥 예쁜 너에게 필러를 권하고, 하난 남은 왕계란말이도 내가 먹으려 하고, 심지어 솔로인냥 말한 것까지 다 미안해. 하지만…버스 일은 오해야. 균형을 잃고 몸이 앞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 아니, 뭐야, 이거 뭐, 초등학생 반성문이야, 뭐야?! 아이, 증말.
- 미안해, 하늘아. 어제 일도 미안했고. 혹시나 우리가 앞으로 또 싸우게 된다면 그 일까지 내가 미리 미안해.
- 무슨 일로 어떻게 싸울 줄 알고. ——남하늘
- 뭐가 됐든.
- 뭐가 창피해? 난 좋기만 한데.
- 난 너희 가족 진짜 부러워. 너를 보면 사랑 진짜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인 게 티가 나.
- 물론, 그 사랑과 기대가 널 힘들게도 했겠지만 가족들이 다 널 아까고 위하는 게 느껴져서, 부러울 때가 많았어.
- 우리 집은 안 그렇거든.
- 설득 못 했어. 그래서 지금까지 이해받지 못한 채로 살고 있어.
- 가끔, 그게 미안하긴 했거든. 평생 동안 원하는 대로 내가 다 해 드렸는데, 그거까지 좀 해 드릴 걸 그랬나 하고?
- 근데 얼마 전에 내 인생에 아주 큰일이 있었잖아. 그 소식 듣곤 연락 오셨더라고.
- 아, 그래도 내 걱정이 되긴 했나 보다 했는데, 뭐하는 줄 아냐? 본인들한테 해가 되지 않게 처신 똑바로 하래.
- 그 말 듣는데, 그 일말의 미안함조차 그냥 싹 사라지더라.
- 아마 평생 이해 못 한 채 살아갈 거 같애. 남보다도 못 한 채로.
-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 난 그게, 부모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 대신 그거 빼고 다른 것들을 많이 가졌으니, 그 가진 거에 감사하고 집중하면서 노력했지.
- 뭐, 그랬더니 좀 나아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랬어.
- 사실, 0.01 퍼센트의 학률일지라도 믿고 싶었던 거 같아.
- 많이 의지한 사람이라. ——남하늘
- 아니, 나를 위해서.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내가 너무 불행하잖아.
- 공월선
- 야, 안 자고 뭐 하노? 어? 파김치는 와?
- 어, 그, 먹고 싶어서. ——남하늘
- 어우, 야, 밥도 없이 그리 생으로 파김치를 묵는다고?
- 음, 맛있네~ 논문 읽으면서 먹어야겠다. 엄마 얼른 자. ——남하늘
- 논문 읽으면서 파김치를 묵는다고? 희한하네…
- 이씨, 빌어먹다 턱 빠질 놈의 새끼…으아!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닌데!
- 근데 엄마, 정우 형은 검은 머리가 아니라 갈색이야. 그, 살짝 자연 갈색 같던데. ——남바다
- 지금 그게 중요하나?! 배신 때린 게 중요하지! 아, 나 이찜 쪄 먹어도 시원찮을 놈의 새끼! 지금 하늘이는, 어?! 조울증에다가 논문을 읽으면서 파김치를 먹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데, 하! 내 이 자슥을 어떻게 조지지? 이 자슥 그냥 물을 한 바가지…
- 아무 일이 있든 없든 그건 내 알 바 아이고.
- 우리 하늘이가 민망해서 말 몬 하나 본데, 모르는 척할 테니까 둘이 사이좋게 잘 지내라.
- 이그, 대체 언제까지 비밀로 하려고? 참 복잡하게들 산다.
- 남자
- 개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 그, 개소리는 우리보고 한 말은 아니겠지? ——남하늘
- 아, 설마, 아니겠지. 우리가 뭐, 어쨌다고. ——여정우
- 남하늘
- 거봐, 잘 어울리잖아. 앞으로 이거 쓰고 매일 수술해. 아 참, 그리고 아까 준 원서도 이번 주 안에 다 읽고 소감도 부탁하고.
- 소감에 강아지 모자에…하늘아, 혹시 내가 뭐 실수한 거 있어? 혹시 선물인 척하면서 복수하는 거 아니지? 이건 아무래도 벌칙 같은데. ——여정우
- 와, 진짜 새 옷도 입고, 어? 김밥도 싸고 버스도 타니까, 진짜 수학여행 가는 거 같다. 그리고 이 자리가 핵심 인물 자리라고 하니까. 내가 어? 뭐가 좀 된 거 같고.
- 야, 너 뭐 돼. 아, 지금 여기…우리 반 애들 중에 제일 예쁘잖아. ——여정우
- 여기 우리 반?
- 지금부터 이 버스에 탄 사람들을 다 우리 반 애들이라고 생각해. 그럼 이 수락여행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거야. ——여정우
- 와, 와, 얘 어떡해, 어? 너 술 약해진 것 좀 봐. 어, 주사 생겼네, 정신 차려. 야, 너 빨리 가서, 어? 찬물에다 세수 한판하고 와.
- 찬물에 세수는 네가 해야지, 어? 아무리 남자 친구여도 편파적으로 판정하면 안 되지! ——이홍란
- 야, 너 말 이상하게 한다. 편파적이라니…누가 봐도 우리 정우가 훨씬 더 잘생긴 거 맞잖아!
- 아이, 뭐, 이러지를 마세요. 뭐, 이러다 우리처럼 머리 뜯고 싸우겠네, 아이. 그러면 안, 안 돼요, 예. ——빈대영
- 두분 머리 뜯고 싸웠어요?
- 아니야, 그, 뭐…뜯었다기보다… ——여정우
- 다, 다, 닿았다, 어. ——빈대영
- 그치? 어, 사, 살짝 닿았지, 그냥. ——여정우
- 뜯었네, 어, 뜯었어.
- 와…내가 지금 무슨 얘길 들은 거야?
- 진짜 유치해. 야, 우리 진우도 그렇게 안 싸우겠다, 그치? ——이홍란
- 여정우
- 아, 사람들이 이래서 연애를 하나 봐, 살아갈 이유가 막 자꾸 생겨, 샘솟아.
- 너 그런 안 궁금한 얘기 할 거면은 우리 집 가스비랑 수도 요금은 네가 내고. ——빈대영
- 아니, 대체 뭘 샀길래 병원으로 주문을 했어?
- 응, 네 선물. 어제 선물 달라며. 두게 다 너 꺼야. ——남하늘
- 아이, 뭘 두 개까지 준비했어. 그럼 제일 큰 놈부터 뜯어 볼까?! 뭐가 들어 있을까? 성형외과와 재건 수술의 역사?
- 응, 무려 원서로 된 거야. 중고 책 사이트 다 뒤졌는데 딱 한 권 남았더라고. 되게 재밌겠지? 그리고 이거 풀어 봐. 이건 더 마음에 들걸? ——남하늘
- 더? 그래, 빨리 풀어 보자.
- 와, 어때? 마음에 들지?! ——남하늘
- 하늘아, 난 지금이 좋아. 어제 삼촌이랑 바다랑 술 먹고 취해서 머리는 막 빙빙 돌고 손끝은 저릿저릿한데. 너 줄 거라고 인형 안고 간식 사 들고 거닐던 그 밤공기가…진짜 좋더라.
- 그러고 아침에 일어나니까 너희 집 밥상에 내 수저도 놓여 있고, 너한테 혼나면서 출군하고…그리고 퇴근해서 이렇게 마주 앉아 시원한 커피 마시고 있는 지금이…제일 좋아.
- 그래서, 이 평화로움이…깨지지 않길 바라고만 싶어, 지금은.
- 자, 지금 여기서도 마찬가지야. 지금 학생들 보이지? 이 학생들이랑 우리가 같은 반이라고 생각해. 그럼 더 몰입할 수 있을 거야.
- 그건 몰입이 좀 안 되는데? 너무 어려서 양심이 찔려. ——남하늘
- 우린 동안이라 괜찮아.
- 야, 내가 남하늘이랑 왜 사귀어?
- 야 솔직히 저런 성질머리랑 누가 사귀냐?
- 야, 나 솔직히 남하늘의 미래의 남친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응?
- 아, 솔직히 난 지금 이때로 돌아가서 널 구박했던 나를 이렇게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야. 왜 그랬지?
- 형, 어제 내기 DKA의 크라이테리아 네 가지 가르쳐 준 거 기억하지? 그 넷 중에서도 DKA의 중등도는 뭘로 판단한댔지?
- 여보세요? 형. 아이, 진짜…
- 자, DKA의 중등도는 뭘로 판단한댔지?
- 판단하기 전에 나는 좀 자야겠어. ——빈대영
- 뭐야? 뭐가 불만인데?
- 이게 어디 형 의자를 돌려? 내가 이러면 넌 좋아?! ——빈대영
- 이씨, 아, 형이 자꾸 비꼬니까 그렇지, 형이!
- 비꼴만하니까 비꼬지! ——빈대영
- 아이, 됐어, 안 해, 관둬! 계속 돌아, 그냥! 어? 안 해, 안 해, 뭐.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어? 우리 헤어져!
- 야, 너 거기 안 서?! ——빈대영
- 아, 아…형 지금 내 머리채 잡았어?
- 그, 그, 그래, 자, 잡았다. 왜?! ——빈대영
- 놔라. 셋 셀 동안 안 놓으면 나도 가만 안 있는다!
- 가,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 하나, 둘! 셋!
- 으아! 이씨, 너 형님 머리채를 잡아?! 이씨.
- 아이, 저, 양손 썼어?! 야, 이씨.
- 빈대영
- 정우는 내게 동생이자 친구이자 형 같은 존재였습니다. 정우의 다독임과 격려가 없었다면, 전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몰라요.
- 전 정말이지 정우를 많이 사랑했습니다. 아니, 우정 했습니다.
- 하지만 커피처럼 달콤쌉싸래했던 우리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죠, 잔인하게도.
- 미안해. 그때 나도 너 질투한 거 사실이고. 졸렬했던 것도 맞아.
- 근데 그때 나…이혼 사류 도장 찍고 멘탈 안 좋을 때였어.
- 너 알지? 우리 처갓집 돈 좀 있다고 나 엄청 무시했던 거. 수술 중에도 장인 전화는 꼬박꼬박 받아야 됐고, 쉬는 날에는 장모 모시고 골프장 가서 여사님들 견적 내 줘야 됐고.
- 그냥 그거 못 참고 이혼했는데…너가 이렇게 막 스타 된 거 보니까, 와, 내가 저렇게 됐어야 됐는데…
- 처가 보란 듯이 내가 성공했었어야 됐는데. 그냥 그런 생각 들면서 많이 괴롭더라.
제11회
제12회
- 남하늘
- 근데 다들 한숨도 못 잤다며, 피곤할 텐데 둘어가서 쉬어.
- 으응, 드가긴 어딜 드가노? 밤새 간호해야지. ——공월선
- 한 사람이면 충분해. 너무 많아도 부담스럽고 불편해.
- 그라면 내가 여기 있을게 느그는 드가라. ——공월선
- 아이고 됐다, 마. 누나보단 그래도 내가 체력이 낫지. ——공태선
- 에이, 50대인 엄마보다 40대인 삼촌보다 체력은 내가 낫지. ——남바다
- 가위바위보 해라. ——공태선
- 아이고 됐다, 마. 뭐, 이런 걸로 가위바위..보! ——공월선
- 정우 네도 하려고? ——공월선
- 아이, 뭐, 제가 그냥 뭐 가만히 있기 뭣해 가지고…가위바위보. 아이고, 아이, 제가 이겨 버렸에요. 이거 어떡하죠? ——여정우
- 형, 이거 반칙이잖아요! ——남바다
- 에이, 반칙은 무슨. 나 비열한 놈이 아니야. 근데 말 나온 김에 체력은 내가 너보다 낫지 않겠냐? 너는 20대지만 운동을 안 하고 나는 아침마다 뭐, 조깅도 하고 승마도 하고 스킨스쿠버도 하고 뭐, 다해. ——여정우
- 뭐, 간호랑 스킨스쿠버랑 뭔 상관이고? ——공태선
- 마직막일지도 모른다는 그 순간에도 온통 너만 생각났어. 사랑한다고, 사랑하는 거 같다고.
- 내 사랑은 이래. 단 하루라도, 아니, 몇 시간만이라도 더 나중에 알리고 싶었어.
- 조금이라도 나중에…나중에 아프길 바랬어.
- 미안.
- 저녁부터 내린 비는 점점 장대비로 변했다.
- 그 비는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었고, 누군가에게 그 비는 그간의 아픔들이 씻겨 내려가길 바라는 소망이었고.
- 또 누군가에게 그 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는 약속이었다.
- 그리고 우리에세 이 비는 힘든 일들이 그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 내리는 비는 언제든 멈출 테니까, 부디 이 슬픔이 영원할 거라고 함부로 생각하지 말기를.
- 여정우
- 알아. ‘친해져 봤자 사담 나누느라 공부에 방해만 돼. 정에 이끌려서 곤란한 일 만들지 말고,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지내.’라고 우리 엄마가 나한테도 재차 강조했어.
- 괜찮냐? ——민경민
- 응.
- 뭔 줄 알고? ——민경민
- 뭐든. 뭐든 괜찮다고.
- 안쓰럽다고 해야 되냐 대견하다고 해야 되냐? 난 가끔 원망스럽거든. ——민경민
- 뭐가?
- 음, 내가 처한 환경, 내 부모, 내가 가진 생각들 이런 게 다 정 떨어질 때가 있는데. 널 보면 내가 좀 부족한 사람인 게 실감이 나. ——민경민
- 생각해 보면, 그 힌든 시절 우리는 늘 함께였다.
- 우린 늘 함께 달렸고…아픔도 함께였고…
- 위로가 필요했던 순간에도 함께 있었다.
- 또박또박 눌러 쓴 오재전 너의 글씨가…지금의 나에게도 힘내라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아.
-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건…너무나 정확한 사랑이었다.
- 친구, 연인. 그런 것을 넘어선…그냥 사랑이었다.
- 혹시 막 내가 반칙하고 그런 모습에 실망했어? 근데 어쩔 수가 없었어. 난 네 옆에 있었어야 했거든.
- 아니,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사랑이라는 거 지금까지 어떤 건지 잘 몰랐는데…어쩌면, 기도하는 마음 같은 게 아닐까 싶더라고.
- 난 네가 항상 행복하기를 빌고, 잘되기를 빌고. 어젯밤엔, 네가 빨리 깨어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빌었어.
- 그리고…진짜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해, 하늘아.
- 아니, 형은 왜 왔어? 아니, 왜 자꾸 모여?! 여기 뭐, 파, 파워 렌인저야, 뭐야?!
- 내가 이런 모습 보기 싫어서 형 안 찾아왔어. 형 아픈 모습 보고 내 마음 약해질까 봐.
- 만에 하나라도 아파질까 봐, 넌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용서할 걸 그랬나?
- 뭣 하러. 그래. 너로 인해 상처가 된 부분이 있다고 치자. 근데 이유가 있다고 그럼 끔찍한 일을 해도 돼?
- 이유가 있으면 다 용서해야 돼?
- 네가 충분히 납득될 때까지, 네 감정 덮어 두지 마.
- 네가 지금 그 사람을 용서하면 그때 그렇게 울었던 너는 누가 안아 줘? ——남하늘
- 끝내 그를 용서하지 않은 건…내 상처에 대한 예의였다.
- 빈대영
- 사랑은 기도와 같은 마음인 것 같… 요즘 글 배워? 어쩌다 갑자기 시인이 된 거야?
- 형, 좀 나와 봐. ——여정우
- 나?
- 응. ——여정우
- 왜?
- 아니, 이제 그만 가 봐도 될 거 같아서. ——여정우
- 벌써? 나 온 지 50초도 안 됐는데?
- 아유, 50초면 충분하지. 아니, 과분하지. ——여정우
- 아, 이거 뭐, 비밀로 해 달라더니 아주 그냥 대놓고 연애질을 했구먼.
- 안 되겠어. 너 앞으로 여기 전기세 다 네가 내!
- 아니, 뭐, 요즘에 뭐, 틈만 나면 자꾸 공과금을 내래? 뭐, 힘들어? ——여정우
- 이거 유행이야. 나 이 새끼 진짜…
- 그, 원장님, 혹시 세금 두배 내라는 말씀 하신 건가요? ——직원
- 남바다
- 형, 저는요, 누나한테 최악의 동생이었던 거 같애요.
- 제가 이 모양이라서 누나 어깨가 더 무거웠을 거예요. 효도며 뭐며…그, 혼자서 2인분은 해야 됐으니까.
- 근데 난 맨날 용돈 달라 하고 말도 안 듣고…
- 근데 정우 형 웃기지 않나? 누나 의식 없을 땐 세상 어른 같고 든든하더니, 누나 일어나자마자 바로 유치해져 버렸잖아.
- 그, 가위바위보 반칙이 웬 말이고?
- 지가 얼마나 옆에 있고 싶었으면 그랬겠노. 여태 지 속이 속이었겠나. 어휴, 우리 챙기랴 사방팔방 알아보러 다니랴 정우가 고생 마이 했지. ——공월선
- 민경민
- 만나기도 전에 나는 이 아이가 딱해졌다, 이런 곳에서 불행하게 살고 있을 생각에.
- 그가 내게 잘못한 것은 조금도, 잠시도 없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다면…변명이 될까?
- 정우야, 미안해. 너에게 고통을 줬지만…네가 무너졌을 때 도와줬던 거 진심이었어.
- 나 미워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 쓰지 말라고.
- 내가 잘못되더라도…다 잊고, 잘 일어섰으면 좋겠어.
- 정우야, 잘 지내.
- 남하늘
- 그냘의 불꽃은 순시간에 사라졌지만 그 불꽃놀이는 내 기억 속에선 오래도록 끝나지 않았다. 떠올랐고 빛났고 흩어졌다.
- 그니고 우리는 깨달았다. 어차피 모든 것은 사라지고 결국 남는 건 순간의 기억뿐이라는 것을.
- 그러니 잊고 싶은 일은 잊고, 잊지 않고 싶은 일은 오래도록 간직하면 된다는 것을.
- 그 밤의 불꽃처럼.
- 여정우
- 서로가 너무나 힘들 것을 알기에 내 슬픔은 내 선에서 해결하기로. 약속한 적은 없지만 우린 괜찮은 척 서로를 속이고 있었고.
- 이토록 큰 슬픔은 어떻게 다뤄야 할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 우리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다. ——여정우
- 그러게요. 저는 그럼 안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밝으셔서…아, 그니까 제 말은…아, 저는 가족을 떠나보낸 적이 없어서 되게 슬프고 되게 그립고 그럴 것 같았는데…그래서 제가 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 그리움에도 많은 종류가 있지. 우리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좋은 추억만 남았고.
- 우리 그리움은 생각보다는 행복하다. ——공월선
- 나는 늘 부모님의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이런 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 그런 내게 그는 처음으로 찾아와 준 사람이었다.
- 그땐 몰랐다. 그날이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얼마 후였다는 걸.
- 내게 약속한 슈트를 사 주고, 나를 보러 오던 마음이 어땠을까?
- 어머님, 저 사실 좀 힘들어요. 어제는 ‘용서해야지’ 했는데, 오늘은 또 그러기 싫고.
- 원망도 할 수가 없고, 이해도 할 수가 없어서…너무 괴로워요.
-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기도 해.
- 미우면 미운 대로, 이해가 되면 되는 대로.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로 했어.
- 그러다 보면, 나도 너희 가족들처럼 담담해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 힘들게 둘러온 만큼 최선을 다해 빛나기를,아파했던 만큼 꿈을 꾸고, 잃었던 만큼 높이 올라가기를…나는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다, 만두를 빚으며.
- 빈대영
- 야, 나가자. 나가서 그 돈을 쓰자. 나 차 한 대만 뽑아 줘라.
- 뭐래, 지금 나도 차 없는데.
- 야, 그럼 네 차 뽑으러 가자. 너 지갑도 사고 벨트도 사고. 1000에 30 옥탑도 탈출하고.
- 1000에 50이었거든? ——여정우
- 공월선
- 그, 그래서? 바다 네는 진도 어디까지 나갔노?
- ‘진도’? 누구랑 진도? 아, 세아랑 키스까지 한 거 같은데? ——남바다
- 누가 그 진도 물어봤나? 밀면 만드는 진도 말이지.
- 정우야. 이 내가 저, 머릿고기도 좀 싸 왔다. 이것도 한번 무 봐라.
- 어허이, 차에서 누가 또 머릿고기를 묵노? ——공태선
- 안주 할 겸, 막걸리도 같이 싸 왔거든~
- 아이, 누가 차에서 막걸리랑 이 머릿고가를 묵노? ——공태선
- 그니까, 정우 형이 우리 가문을 뭐라고 생각하겠어?
- 아이고, 야~ 정우 죽이네~ 역시 인물이 좋고 훤칠해서 뭐든 잘 어울리네.
- 아, 뭐, 내 핏이 좀 더 좋긴 한데. 형도 나쁘진 않네. 형, 검도 한 10년 한 선수 같애요. ——남바다
- 고맙다. 근데 아무래도 내 옷을 입는 게 나을 거 같애. ——여정우
- 아, 이거 막걸리 냄새도 안 빠진 걸 우째 입노? 그, 묻은 데만 빨아 줄 테니까 마르면 입어라. ——공태선
- 근데 정우야, 누가 그라더라, 누구를 용서하는 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내 자신 때문이라고.
- 누구를 미워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분하고…그런 데 쓰이는 감정이, 네를 너무 아프게 하잖아.
- 근데 또 용서하라고 하기에는 네한테 너무 잔인하제. 어떤 시간들을 보내 왔는데…
- 그러니까, 우리 일단은 있어 보자. 잊으려 하지 말고, 있어 보자. 그러면 힘든 일도, 아픈 일도 점점 무뎌질 거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 보자.
- 남바다
- 그니까, 맨날 여자 친구 기다리면서 만두 빚다 보니까 완전 왕만두의 달인이 돼 뿟어.
- 이겐 웬 분노의 만두 빚기고?
- 그니까 이 말 못 하는 반죽이 뭔 죄가 있다고.
- 공태선
- 야, 내가 일부러 중간에 앉았다. 누나가 또 네한테 행패 부릴까 봐.
제13회
제14회
- 남하늘
- 뭐해?
- 아, 아무것도 아니야. ——여정우
- 왜? 뭐가 들어갔어?
- 아, 아니야, 아니야. 괘, 괘, 괜찮아, 그…넌, 넌 할 거 해. 그, 너의 꿈을 마음껏 펼쳐. ——여정우
- 왜? 뭐가 들어갔는데?
- 그, 그, 동, 동전. 그, 백원짜린데 신경 쓰지 마. ——여정우
- 아, 이걸로 빼면 되겠다.
- 어? 아! 아니야, 아니야! 하지 마, 하지 마! 내가, 아…내, 내가 할게 아니면… 아, 제발, 어, 제발, 제발, 어 제발…어 제발! 나 이런 식으로 주고 싶지 않아! ——여정우
- 주다니, 뭘? 백 원짜리 나한테?
- 야, 너 이거 엄마한테 허락은 받고 가지고 온 거야? 아니, 네 돈으로 산 것도 아닌데 왜 마음대로 가지고 와?
- 에헤이, 가족끼리 네 돈, 내 돈이 어디 있노? 내 돈이 네 돈이고 네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형님 돈이고 형님 돈이 내 돈이제. 안 그래요?
- 그런 의미로다가 5만 원만 좀… ——남바다
- 야, 우리 정우가 더 그래, 어? 우리 정우는 이 거리에서 제일 안쓰러워!
- 야, 빈대영 씨는 서울에서 제일 안쓰러워. ——이홍란
- 아니거든? 우리 정우는 아시아에서 제일 안쓰럽다고!
- 기마전도 아니고 무슨 이거, 어우. 야, 더 안쓰러워지기 전에 우리 먼저 대택시 타고 갈게. ——빈대영
- 정우 너무 안쓰러워. 아시아세서, 세계에서 제일 안쓰럽다고…
- 지금의 내가 제일 안쓰러워. 가자, 택시! ——여정우
- 뒤돌아보니, 그때가 우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 모든 것이 끝났다고 믿었던 그때가…시작이었다.
- 여정우
- 반지를 줄라 그랬는데, 어? ‘이렇게 줄까, 이렇게 줄까?’ 뭐 어떻게 할까 하다가 떨어트렸네? 이게 소파로 들어갔어. 그래서 이걸 찾다가 결국엔 이거 뭐가 나온 줄 알아?
- 바퀴벌레가 나와 가지고 우리가 이러고 있었던 거야, 어?
- 뭐, 어떻게 줘? 못 줬지.
- 사실 제가 반지를 주려고 했거든요? 제가 반지를 떨어트려서 소파 밑으로 굴러 들어가는 바람에 그거 꺼내려다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 거거든요.
- 어…그라믄 우린 모른 척할 테니까, 물티슈 같은 걸로 싹싹 닦아 줘. ——공태선
- 에이, 삼촌! 그건 아니지! 난 우리 누나가 그런 대우 받는 거 좀 그렇거든?! 그리고 우리 누나가 어떤 누난데. ——남바다
- 하긴, 하늘이 인제 대학 병원 교순데 그라믄 안 되지. ——공태선
- 아니, 교수를 떠나 모태 솔로 아니야. 그, 누나, 귀금속 남자한테 받은 적 한 번도 없을 텐데. 그, 정우 형한테 받은 반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텐데, 그 쇼파 밑에서 벌레랑 먼지랑 응? 뒹굴던 반지는 응? 좀 아니지 않나?! ——남바다
- 너는 여러모로 좀 애매해졌고. 너는…취향이 좀 아닐 수고 있고. 너는…제발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 아니, 그보다 도대체 뭐 언제 어떻게 주냐고!
- 소파 있는 데도 안 되고, 바퀴벌레 있는 데도 안 되고…여기서 주기에는 애매하고 병원은 더 이상하고.
- 그러다 지금 내가 병원 갈 거 같고. 그러다 지금 내 머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 같고. 그러다가 나는…
- 저, 하늘아, 하늘아, 길, 길로, 길로틴 초크는 언제 배웠어?
- 5, 5만 원 기능하시다면, 두나 은행 352, 2002…408로 좀 보내 주세요. 그, 5만 원 부담스러우면 3만 원도 괜찮아. ——남바다
- 3만 대 맞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해라! ——남하늘
- 사랑해, 형, 사랑해! ——남바다
- 알았어, 아, 야, 꼭 살아남길 바래.
- 어디다가 전화하는 거야…
- 어, 엄마, 나 오늘 당직이라 못 들어가. 그럼 끊어.
- 정우야, 나 엄마한테 뻥쳤어. 나 오늘 너네 집에서 자고 갈래. ——남하늘
- 왜 어머님 또 그런 눈빛으로…
- 실수한 건 없지만, 하나 틀린 건 있다.
- 우리가 만나고 넌 내가 힘들어하는 걸 더 많이 봤다 했지만? 난 행복한 일이 더 많았다.
- 고통은 어떻게 해야 반으로 줄여드는지 알게 되었고. 슬픈은 어떻게 해야 잊히는지 배우게 되었고.
- 나를 위해, 나보다 아파해 주던 너를 보며… 나는…따뜻함의 힘을 믿게 되었다.
- 그래서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 야, 넌 인사도 없고 사과도 없고 뭐냐? 사람 마음에 상처를 줘 놓고 그 닭꼬치가 넘어가냐?
- 넘어가다니, 난 굽기만 하고 있는데? ——손찬영
- 그래, 하늘이가, 어? 누굴 위해서 문제를 풀어 줄 애냐? 와! 착각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오지게 했대, 어? 우리랑 있을 땐 그렇게 남하늘 욕하더니?
- 야, 내가 아무리 너한테 지은 죄가 많다지만 말은 바로 하자. 솔직히 욕은 네가 다 했지, 우리 맞장구만 친 거고. ——손찬영
- 와, 이거 아주 미친놈이네! 아, 내가 언제!
- 너 아마 매일 했을 걸? 막 남하늘 공부에 미쳐 있는 거, 꼴 보기 싫다고도 했고, 상종도 하기 싫다고 했고, 문턱에 발등 찧었으면 좋겠다고 했고…또 뭐랬더라? ——김무근
- 야, 야, 남하늘 진짜 비호감이지 않냐?
- 비호감이지. ——김무근
- 완전 인정. ——손찬영
- 솔직히 남하늘보다 내가 미적분 더 잘한다? 인정?
- 어, 인정. ——김무근
- 어디 미적분뿐니냐? ——손찬영
- 어, 너무 인정.
- 어, 별명은 여적분. ——김무근
- 빈대영
- 아…서프라이즈해 주려고 반지를 케이크 안에 넣어 놨단 얘긴 들었어도, 소파 밑에 넣어 놨단 얘긴 또 처음 듣는다. 너 진짜 최악이다.
- 야, 나는 한 번 갔다 왔잖아. 그리고 내가 봤을 때, 너 지금 조금 성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 두 사람 연애한 지 일 년도 안 됐잖아.
- 사람은 원래 사계절은 만나 봐야 되는 거야. 이게 봄 진상이 있고, 여름 진상이 있고, 가을 진상, 겨울 잔상이 있는 거거든.
- 뭐야, 지금? 하늘이가 진상이라는 거야? ——여정우
- 아니, 네가 진상이라고. 하늘 씨 입장에서는 네가 아직 검증 안 된 놈일 수도 있다 이거야. 암튼, 두 사람 연애 기간으로 보나, 하늘 씨 교수 임용된 시기로 보나, 반지는 아직 일러.
- 와, 맞는 말인데 왜 기분이 나쁘지? ——여정우
- 이홍한
- 하늘아, 맛있다!
- 저 정우인데요. ——여정우
- 언제부터요?
- 원래부터요. ——여정우
- 취하셨어요?
- 하하하하…아, 홍란 씨가 취하셨겠죠.
- 어, 하늘아, 일어났어? 이제 먹자. ——여정우
- 누구세요? ——남하늘
- 남친이요. ——여정우
- 언제부터요? ——남하늘
- 몇 달 전부터요…와, 이게 무슨 대화냐, 진짜. ——여정우
- 나는요, 연애는 이렇게 만취 상태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 흥청망청 퍼마실 때는 좋죠. 어질어질 몽롱한 기분도 좋고. 별거 아닌 것도 막 웃기도…구름 위를 걷는 거 같잖아요.
- 근데 이 기분에 취해서 계속 들이붓더 보면은, 결국에는 엉망진창으로 돼 버리죠.
- 공태선
- 와, 맛있다, 음. 이야, 이런 것도 인제 20분 만에 배달하고 진짜 세상 참 좋아졌다.
- 그니까, 세상은 좋아졌는데 왜 삼촌은 그대로냐고. 우리도 배달 좀 해. 요즘 배달 안 하는 집이 어딨다고. ——남바다
- 내 사전은 배달은 없어. 가는 길에 육수 식고 면 불고 그게 뭔 밀면이고? 한 그릇을 팔아도 제대로 된 밀면을 팔아야돼, 인마.
- 밀면 부심 쩌네. 누가 보면 밀면의 아버지인 줄. ——남바다
- 아유, 교수 되더만 얼굴 보기 힘들다이. 좀 잘해 주라. 그 선물이랍시고 이상한 바퀴벌레 같은 거 쥐어 주고 장난치지 말고.
- 그걸 어떻게… ——여정우
- 에이, 괜찮아요. 원래 연인들끼리 서로 바퀴벌레도 주고 받고 뭐, 그런 거죠, 뭐. ——남바다
- 손찬영
- 야, 남하늘, 너 피카츄 돈가스 좋아해? 내가 사 줄까? 오늘 피카츄 돈가스에 머스타드랑 케찹 반반 착착착 뿌려서 사이다랑 콜?
- 하늘아, 난 사실 네가 전교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너 처음 전학 왔을 때, 나 진짜 무슨 여신이 전학 온 줄 알았어.
- 넌 내가 태어나서 본 전교 1등 중에 제일 예뻐…아니, 넌 그냥 제일 예뻐. 그냥 예쁜 거지.
- 넌 태어나서 만난 제자 중에 제일 꼴통이야. 피카츄 돈가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야, 피카츄한테 뭐, 감전당했어?
- 하늘아, 이 피카츄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공부해. ——단임 선생
- 남하늘
- 그렇게 모두들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고, 나 역시 나만의 시간 위를 차분히 걷고 있었다.
- 이번 모퉁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있을지, 나는 이제 온전히 괜찮아진 건지…
- 누구도 아닌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며.
- ‘작심삼일’이란 말이 인간으로 태어나면 딱 남바다인가 싶었는데, 그런 네가 인내와 끈기로 음식을 만들어 내다니…
- 어때? 솔직하게 말해 봐.
- 응? 왜, 신메뉴야? 음…그러고 보니까 살짝 맛이 다르네. ——여정우
- 어떻게 다른데?
- 음…간이 조금 싱거운 거 같기도 하고. 아, 면은 내가 늦게 와서 그런진 몰라도 조금 덜 쫄깃한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왜 그러세요? ——여정우
- 먹지 마. ——공월선
- 네? 어? 왜, 삼촌, 어? 어, 어, 어디 가세요? ——여정우
- 나가.
- 하늘아, 왜 그래? ——여정우
- 나오라니까?
- 저, 바다야. ——여정우
- 나와.
- 아니, 저, 저…제가 지금 이게 무슨… ——여정우
- 나오라니까.
- 아니, 제,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저는… ——여정우
- 과장님, 제가 병원에 다시 돌아오면서 결심한 게 하나 있는데요. 이젠 적어도 ‘서운하다’, ‘기분 나쁘다’ 표현은 하고 살려고요.
-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제 마음은 말씀드리는 게 제 자신에게 좋을 거 같아서요.
- 예전의 나였다면, 왜 내가 아니냐고 무엇이 부족해서냐고 자책하며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젠 안다.
- 최선을 다했음에도 원하는 결과가 오지 않았을 땐, 그저 아주 잠깐만 실망하고 다음번 행운을 기대하며, 묵묵히 내일을 준비하면 된다는 것을.
- 인생의 긴 여정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보물을 찾지 못한다 한들, 내 인생이 결코 초라한 게 아니라는 것을.
- 어쩌면 바로 내일, 어쩌면 바로 다음 장소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행운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 이제는 믿기로 했다.
- 좋아진다는 건 뭘까요? 결국 행복해진다는 거?
- 아니요, 불행도 인정하는 거. ‘나는 또 불행해질 수 있지만 괜찮다’. ‘다시 또 불행이 찾아오더라도 내겐 견뎌낼 힘이 있다’…그렇게 믿는 거 아닐까요? ——정신과 의사
- 오늘은 행복하지만 내일은 불현듯 슬퍼질 수도 있다.
- 하지만 괜찮다. 슬픈 내가 있으면 행복한 나도 있을 테니까.
- 우리에겐 이제 슬픔도, 불행도 견뎌 낼 힘이 있으니…이것으로 충분하다. ——여정우
- 그 밤, 나와 같이 울어 주던 사람과 함께 아픔을 견디고, 함께 두려움을 다스리며…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고.
- 여정우
- 싸워 보자. 싸워, 오늘 둘 중 하나는 죽자.
- 결혼도 못 해 본 게.——빈대영
- 어, 어, 여기서 한번 무덤을 만들어 봐.
- 하늘아, 나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봤으면 좋겠어.
- 네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선택에 있어서 내가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해.
- 아이, 말했잖아, 나 막 여자 앞길 막고 그런 남자 아니라고.
- 내 걱정 하지 말고 잘 다녀와.
- 뭐? 6개월?! 지금 나랑 장난해?! 6개월을 어떻게 기다려?! 3개월도 길어. 한 달도 모자랄 판에, 아니, 하루!
- 아, 그냥 가지 마!
- 왜…
- 아, 힘든 일 다 지나가고 꽃길만 남았나 했더니 이게…
- 아, 싫어, 가지 마. 왜, 왜… 제발, 제발 가지 마…제발 좀…
- 아, 야, 속상했겠다, 씨. 억울하고 분한데 한다디도 못 하고.
- 나 말 한마디 못 하지 않았는데? 나 할 말 다 했어. 잠시 속상하긴 했는데 서운하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다 털었어.
- 더한 일도 있었는데 이게 뭐라고. ——남하늘
- 기분이 이상해. 예전에 개원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 모든 게 감격스러워.
- 이 소파도 너무 대단하고, 이 테이블도 너무 소중해!
- 나 이제 진짜 기부도 많이 하고 진짜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진짜 열심히 살 거야.
- 아, 소중한 내 삶!
- 우리가 처음 절망을 마주했을 때, 삶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인생이 다 끝난 것만 같았던 그때…우리는 슬럼프의 늪에서 오래도록 빠져나올 수 없을 줄 알았다.
- 하지만 그 늪은 우리의 생각만큼 깊지 않았다.
- 아픔은 짧게, 추억은 오래 기억하는 법을 배우며…마침내 슬럼프를 흩날려 보낼 수 있게 됐으니까.
- 빈대영
- 너 이제 어떡하냐? 하늘 씨 리액션이 고장날 만큼 답하기 애매했나 본데. 이야, 네가 연애하긴 괜찮아도 결혼하기엔 별로인 스타일인가 보다.
- 뭐라는 거야? 나 그런 스타일 아니거든? ——여정우
- 야, 아니고 말고를 왜 네가 정해? 상대방이 정하는 거지. 야, 그리고 이 생각을 좀 해 봐라. 네가 결혼하기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여태 답을 안 했을 리가 있겠냐?
- 아이, 뭐야, 안색 왜 이래?
- 내 안색이 뭐? ——여정우
- 아니, 요 며칠 근심이 가득해 보이던데. 왜? 하늘 씨한테 결국 거절당했냐?
- 그런 거 아니야. ——여정우
- 그런 거 아니면 뭐? 돌려받을 위약금으로 주식 했는데 폭락했어? 전셋집 구했는데 사기당했어?
- 아, 좀. 나 좀 혼자 있게 나가 줘. ——여정우
- 나가라고? 아, 여기서 어떻게 나가? 아, 저기요! 저 문 열어 주세요!
- 아, 제발 좀 나가 줘! ——여정우
- 그니까 어떻게 나가냐고.
- 잡는다고 잡히겠어? 잡힌다 한들 내 마음이 편하겠냐고. 꿈이라는데 보내 주는 게 맞지.
- 여행 다니는 게 꿈이라고, 더 늦기 전에 가고 싶대.
- 근데 그 말 들으니까 좀 멋있긴 하더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해. 막 그 얘기 하는데 눈이 번뻑번쩍하더라고.
- 지금이 아니면 못 하는 일들이 있는데, 내 욕심에 다음으로 미루게 하고 싶진 않더라고.
- 정말 위한다면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보내 주는 게 맞지.
- 정우 이제 좋아졌으니까 본인 스타일대로, 본인이 운영할 병원 개원하는 게 맞는 거 잖아요.
- 원래 가야 될 애를 보내 준 것뿐이에요.
- 걔 성격에 먼저 말할 애도 아니고, 그래서 제가 먼저 얘기한 거, 뭐, 그뿐이죠.
- 남바다
- 아니, 내가 이 밤에 오이를 썰어야 돼?
- 아니, 어쩌다 나의 불금이 불에다가 육수 끓이는 금요일이 된 거냐고.
- 나 누나만큼은 아닌 거 안다. 누나는 의사고 내는 일반 시민인데 키운 보람이 비교되겠어?
-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었는지도 몰라. 누나는 하늘이 이쁜 날 태어나서 하늘이고, 내는 그냥 누나 이름 맞춰서 대충 바다라 지었잖아.
- 왜 네가 대충 바다고? 태몽에 바다가 나왔으니까 바다지. 꿈에 햇살 받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에 무지개가 떴는데, 꿈에 깨서도 그게 너무 예뻐 가지고 잊혀지지가 않아서 남무지개 할라다가 남바다 했지. ——공월선
- 공월선
- 네 말대로 건물주가 되든 삼촌 가게를 물려받든, 아니면 뭐, 그 무엇이 되든 간에 엄마한테 네는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에 뜬 무지개다.
- 그니까 네는 네대로 빛나면 된다, 알겠지?
- 공태선
- 바다야, 뭐라도 진득하니 배우고, 끝까지 이래 해내는 거 경험했으이 그걸로 됐다.
- 우리가 바라는 것도 그거였고, 여서 일하는 동안 네가 앞으로 진짜 하고 싶은 게 뭔가 잘 한번 생각해 봐라.
- 단임 선생
- 야, 내가 그, 정우한테 얘기 다 들었다, 어?
- 아, 맞다! 선생님 정우한테 수술받으러 가셨다면서요? 아, 그, 필요하시긴 하셨죠. 근데 하신 거예요? ——김무근
- 야, 인마! 등 수술한 거야, 등.
- 아니, 그, 등보다는 앞이 더 필요하셨을 텐데 왜…? ——손찬영
- 아, 요 녀셕들 그냥 깐족깐족거리는 게, 고등학교 때랑 똑같네. 야, 나 닭꼬치 안 사. 그냥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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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슬럼프 – 프로그램 정보
- JTBC[2024년8월26일 접속]
- 닥터슬럼프 OST
- Bugs![2024년8월26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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