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주연
신민아, 김선호, 이상이
장르
로맨스, 코미디, 휴먼
시청 등급
15세
연출
유제원, 권영일
극본
신하은
촬영 장소
한국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지티스트
방송 국가
한국
방송 언어
한국어
방송 채널
tvN
방송 시간
토/일요일 밤 9:00
방송 기간
2021년8월28일 – 2021년10월17일
방송 분량
70분
방송 횟수
16부작

줄거리

대문도 없고 오지랖은 쩔고 의좋은 형제마냥 음식 봉다리가 오가는 이곳에서 평균체온이 1도쯤 높을 게 분명한 뜨끈한 인간들의 만유人력이 작동한다!

성취지향형 여자 ‘윤혜진’과 행복추구형 남자 ‘홍반장’의 호흡은 그야말로 최악.

리듬은 놓치고 스텝은 안 맞는데, 그 삐걱거림이 어쩐지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남자의 여유로움은 근사해보이고, 여자의 분주함은 달콤하게 느껴진다.

이들의 티키타카 밀당 로맨스가 4/4박자로 펼쳐진다![1]

명대사

    1회

    윤혜진
    턱관절 환자한테 양악 권유하고, 비보헙 재료 권해서 치료 수가 올리고. 살릴 수 있는 치아 뽑아서 임플란트 시키고, 환자 눈탱이 치는 게 원장님 특기시잖아요.
    뭐? ‘눈탱이’?! ——이민영 (보얀 치과 원장)
    원장님 같은 의사들 때문에 치과가 과잉 진료 소리를 듣는 거예요.
    야, 너 말 다 했어? 남의 돈 받아 처먹는 주제에 어디 혼자 양심적인 척을 해? 네 월급을 뭐, 땅 파면 나오는 줄 아니?! ——이민영 (보얀 치과 원장)
    말은 바로 하셔야죠. 제가 원장님 월급 벌아다 드리는 거죠. 여기 원장님 보러 오는 환자가 어디 있어요?
    아니, 그러니까, 지금 나더러 오징어 내장을 따라구요?
    응. ——홍두식
    말도 안 돼. 나 태어나서 이런 일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요. 아니, 오징어 손에 댄 적도 없어요.
    그럼 오늘 실컷 만져 보겠네, 자. 돈 필요하다며, 안 벌거야? ——홍두식
    시간당 8720원이면 최저 임금이잖아요. 이봐요, 내가 누군지 알고?
    알지, 무일푼. ——홍두식
    그쪽이 잘 몰라서 이러나 본데, 저 치과 의사예요. 내 입으로 이런 얘기 하기 좀 그런데, 저 엘리트에 고급 인력이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열받네? 도와준 건 고마운데, 왜 아까부터 계속 반말이야?
    오케이. ——홍두식
    뭐가 ‘오케이’인데?
    그쪽도 반말하라 그러려 했는데 알아서 먼저 하길래. 난 오케이. ——홍두식
    내 반말에는 철학이 있어. 난 괜히 격식 차리고 그러다가 어려워지는 거 질색이거든. 그리고 요즘에 글로벌이 추세잖냐. 외국 애들 봐, 장인어른한테 ‘톰!’ 시어머니한테 ‘메리!’…얼마나 좋아. ——홍두식
    홍두식
    뭔가 착각하나 본데, 내가 지금 그쪽 신발을 건져 준 게 아니야. 그 신발이 내 보드 위에 무임승차한 거지.
    갑자기 이 번쩍거리는 게 눈앞에 딱! 내가 얼마나 식겁했는지 알아, 이거?
    고, 고의는 아니지만 죄송하네요. ——윤혜진
    이것만 줘? 딴 건?
    배가 별로 안 고파. ——윤혜진
    그쪽 위장은 의견이 좀 다른 거 같은데?
    다이어트 종이야. ——윤혜진
    표미선
    중학생 때부터 20년째 고수하고 있는 네 좌우명이 뭐지?
    ‘남 일 신경 쓰지 말고 나나 잘하자’. ——윤혜진
    그니까. 근데 너무 신경을 썼잖아! 윤혜진답지 않게.
    그럼 갑질을 참냐?! 나도 의사로서 소신이 있어. ——윤혜진
    어, 그래 가지고 병원 문 박차고 나가자마자 백화점에 가서 신발을 샀어?
    그럼, 소신껏 셀프 퇴직 선물을 하사했어. 앞으로 꽃길만 걸으라는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아 봤지. ——윤혜진
    그 메세지는 카드 회사가 먼저 보냈을 건데? ‘이번 달 카드값이 200만 원 추가되었습니다.’

    2회

    윤혜진
    인생에는 저마다 후회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아니, 그러니까, 아까 본 상가랑 집 주인이 사장님이시라고요?
    응. ——여화정
    아니, 이 상황 저만 의심수러워요?
    뭐가? ——홍두식
    아니, 그렇잖아. 내가 치과 차린다니까 사장님이 그쪽을 소개하고, 또 그쪽이 보여 준 건물이 사장님 거고. 이게 우연이라고? 저 지금 외지인이라고 막 짜고 치고 속여 먹는 거 아니죠?
    홍두식
    어, 현관 비밀번호는 870724. 공사할 때 임시로 설정한 거니까 알아서 바꾸고.
    근데 이게 무슨 숫자야? ——윤혜진
    내 생일.
    어! 왜 남의 집 비번을 자기 생일로 해 놔? ——윤혜진
    닥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우리 집이랑 똑같은 걸로 해 둔 거야.
    아니, 그쪽 집 비번을 왜 가르쳐 주는 거야? ——윤혜진
    왜? 남의 인생은 함부로 떠들어 놓고 본인이 평가받는 건 불쾌해?
    이봐요, 의사 선생님. 뭘 잘 모르시나 본데, 인생이라는 거 그렇게 공평하지가 않아. 평생이 울통불통 비포장도로인 사람도 있고. 죽어라 달렸는데 그 끝이 낭떠러지인 사람도 있어.
    알아들어?
    표미선
    근데 좀 안됐다. 난 과거에 희망을 두고 온 사람들 좀 짠해. 원래 못 이룬 꿈은 평생 마음에 밟히는 법이잖아.

    3회

    윤혜진
    윤혜진 씨, 윤혜진 씨!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택배 못 시켜서 죽은 귀신 붙었어?
    오늘은 뭐가 좀 많네, 미안. ——윤혜진
    아니, 대체 뭔놈의 사재기를 이렇게 글로벌하게 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택배가 전 세계에서 날아와.
    씨, 무슨 운전 기사도 아니고. 하루 종일 이게 뭐야! 진짜…
    그러게, 교대해 준다니까 싫다며. ——홍두식
    그럼 옆에서 말동무라도 해 줘야 될 거 아니야.
    조용히 운전하는 걸 선호한다길래 배려해 준 건데?
    네, 배려해 줘서 아주 고맙습니다.
    어떡하지? 고마운 김에 나 횟집 앞에 좀 내려 주라. 비상 대책 회의가 생겼는데, 걸어가기 귀찮아. ——홍두식
    여기서 내려.
    부모가 진짜 자식을 위하는 일이 뭔지 알아? 아프지 말고 오래 사는거야.
    그깟 돈 몇 푼 물려주려고 아픈 걸 참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챙기는 거라고. 알아?
    미선아, 오징어가 너무 질가지 않아?
    그래? 야, 오징어가 원래 이 정도 질기지. ——표미선
    그런가? 이것도 너무 질기고.
    얘 갑자기 왜 이래? ——표미선
    이것도 질기고. 이것도 질기고…뭐가 다 이렇게 질기냐?
    윤혜진 어른이, 자꾸 반찬 투정하면 밥그릇 뺏어 버릴 거예요? ——표미선
    홍두식
    모든 범죄는 단서를 남기는 법. 증거는 이 쓰레기 안에 있겠죠? 그래서 범인이 뭘 먹었는지 뭘 버렸는지 여기서 직접 뒤지려고.
    찢어?
    찢어 버려. ——여화정
    저기, 저기 저 불빛 정체가 뭔지 알어?
    알 게 뭐야?
    저게 오징어 배다. 참 고단한 불빛인데 멀리서 보면 꼭 바다에 알전구 켜 놓은 것처럼 예뻐.
    어? 아, 이 고슴도치 보라 거 아니야?
    맞아. ——윤혜진
    아, 얘가 여기 와 있었어?
    그쪽이 거절한 덕분에? 아니, 그 성격이면 고슴도치 아니라 곰이라도 맡아 주겠던데? 왜 거절했데? ——윤혜진
    난 생명 있는 건 안 키워.

    4회

    윤혜진
    치, 쓸데없이 출몰할 땐 언제고, 왜 안 보이고 난리야?
    누가 보면 자기 집 안방인 줄 알겠다?
    누우면 다 내 집이지. 치과도 누워. ——홍두식
    어머, 미쳤나 봐, 누가 오해하면 어쩌려고?
    저 안 나가요. 불의에 항거하겠다는 뜻이야. 그놈 똑깉이 잡아넣을 때까지 나 한 발짝도 안 나갈 거야.
    고생을 사서 하는 타입이네, 씁. ——홍두식
    이거 진짜 어렵게 구한 와인인데, 과일만 두고 가면 되겠지, 뭐.
    아니야, 은혜 갚는 윤혜진으로 살자…
    미치겠네…근데 엄청 맛있겠지? 하, 아까워 죽겠네.
    스파이시하면서도 향긋하고, 달콤하다고 했는데…
    절대 함부로 취하지 않아.
    왜? ——홍두식
    싫으니까. 풀어지는 거, 약해지는 가, 솔직해지는 거…
    취할 거 같을 때는 이렇게 손을 꼭 쥐고 있으면 돼.
    홍두식
    연기 그만하고 내려오시지? 안 자는 거 알어.
    아휴, 삭신이야, 양치기 치과 때문에 쌀 가마니를 들쳐 뎄더니, 아휴.
    쌀 한 가마니가 몇 킬로인데? ——윤혜진
    함께 사는 세상이다. 이렇게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싫어해서야…치과, 친구도 없지?
    아니거든? 엄청 많거든? ——윤혜진
    그럼 5초 안에 친한 친구 이름 세 명만 대 봐. 5, 4, 3, 2, 1.
    표미선, 미선이, 표미선이. ——윤혜진
    미선이 하나에 표미선이 둘이네? 동명이인이야?
    남이사 친구가 있든 없든 뭔 상관이야? ——윤혜진
    아, 얘가 그, 진? 진인가 뭐, 그거 하는 걔야?
    삼촌, 제발 신성한 우리 오빠 이름 함부로 바꿔 부르지 좀 말아 줄래? ——오주리
    아이, 왜 울어? 또? 그리고 너는, 뭐 좀 고장 나면 네가 좀 직접 고쳐. 하여간 철물점 하는 놈이 기계치가 말이 되냐, 지금?
    너 이렇게 나의 가장 큰 약점을… ——최금철
    어어? 둘다 울어? 어휴, 나 오늘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일 안 해. 나한테는 휴무를 지킬 의무가 있어! 끝.
    야, 우리도 너한테 부탁할 의무가 있어! ——최금철
    아, 아휴, 참. 드럽게 뭐 하는 거야, 지금? 고개를 숙여서 기도를 막고, 그 다음에 공기를 흡입해야지.
    실수야, 실수. 아, 매워. ——윤혜진
    그냥 얌전히 마셔. 괜히 또 허세 부리다가 비싼 와인 코로 마시지 말고.

    5회

    윤혜진
    뭐야? 근데 동선이 왜 이렇게 이상해? 아니, 그렇게 싸돌아다녔는데 어떻게 다시 홍 반장 집으로 갔지?
    어? 뭐야, 여기서 왜 필름이 끊겨?
    동네에 소문 다 났어. 어젯밤 우리가…동침했다고. 그래서 말인데, 우리 별일 없었지?
    있었어, 별일. ——홍두식
    뭐?
    별일이 엄청 많았지. ——홍두식
    솔직히 우린 좀 아니잖아. 홍반장이랑 나랑은 소셜 포지션이 다르잖아.
    ‘소셜 포지션’? ——홍두식
    사람은 비슷한 환경일수록 잘 맞는다는 말 들어 봤지? 가치관이랑 라이프 스타일도 비슷하고, 아무래도 부딪치는 일이 적을 테니까. 근데 우리는 좀…
    아, 내가 홍 반장을 평가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확실히 해 두자는 의미에서…
    나도 나지만 참 너도 너다. ——홍두식
    무슨 뜻이야?
    쉽게 좀 살자. 그렇게 살면 안 피곤하냐? ——홍두식
    나는 현실주의자야. 인풋이 있으면 아웃픗이 나와 줘야 된다고.
    그니까 그 아웃풋이 돈과 성공이면, 치과 눈에 난 대단히 비효율적인 인간이겠구만. ——홍두식
    부인은 못 하겠네.
    그러니까 치과가 안 되는 거야. ——홍두식
    내가 뭘?
    시야가 좁아도 너무 좁아. 세상에는 돈, 성공 말고도, 많은 가치 있는 것들이 있어. 행복, 자기만족, 세계 평화, 사랑…
    여하튼, 인생은 수학 공식이 아니라고. 미적분처럼 계산이 딱딱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정답도 없어. 그저 문제가 주어졌고, 내가 이렇게 풀기도 결심한 거야. ——홍두식
    홍두식
    뭐 해? 아침부터 여기서?
    사진 찍었는데. ——오춘재
    아유, 이렇게 몹시 피곤해 보이고 되게 좋네. ——조남숙
    사진을 왜 길에서 찍고 통화를 여기서 왜 해?
    전화가 잘 안 터져 여기가 잘 터져. ——오춘재
    아유, 얼굴 좋아 보인다. ——최금철
    무슨 여기가 전화가 안 터지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뭐? 함부로 안 취해?
    야, 나는 어제 버라이어티 예능 보는 줄 알았다. 갑자기 술 먹다가 뛰어나가더니 노래하고 춤추고. 철봉에 매달리더니, ‘나 김연아 같지?’이러더니 또 뛰어! 막 또 뛰기 시작하면서 ‘두식이 오빠!’ 진짜 혼자 보기 아깝더라, 혼자 보기 아까워.
    이 정도면 그냥 차단한 거 아니…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허언증이 있네.
    아니, 내가 도움도 많이 받고 잔짜 잘 알 거든요! ——지성현
    아, 나도 그래. TV에서 하도 많이 봐서 지나다가 만나면 인사할 거 같애.
    어, 미안. 남녀칠세부동석인데 내가 너무 가까이 걸었지?
    그러면 어때? 그냥 그런대로 널 좀 놔둬.
    소나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 이럴 때는 어차피 우산을 써도 젖어. 이럴 땐 ‘아이, 모르겠다’ 하고 그냥 확 맞아 버리는 거야.
    표미선
    야, 사람 사이에 못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이 마음이 중요한 거지.
    지성현
    조금 해매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그렇게 사니까 인생이 알아서 재밌는 방향으로 굴러가던데요?

    6회

    윤혜진
    치아는 전체적으로 깨끗하네요. 어디 특별히 불편하신 덴 없으시죠?
    있어. ——홍두식
    어디요?
    지금 우리 사이. ——홍두식
    누가 내 친구야? 아니, 요새 나랑 좀 엮였다고 진짜 나랑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나 아무하고나 친구 안 해.
    아무나? ——홍두식
    이렇게 된 거 다 얘기할게. 나 홍 반장 좀 피곤해. 자꾸 소문나는 것도 싫고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아. 도와준 건 고마운데, 앞으로 선 좀 지켜 줬으면 좋겠어.
    나 너 좀 변한 줄 알았는데, 내가 착각했네. ——홍두식
    아, 어떡해? 내 사회적 평판이랑 내 이미지…
    애초에 그런 게 있었나? ——홍두식
    홍두식
    그날 밤 키스 때문에 그래? 내가 치과 이럴 줄 알고 일부러 모른 척한 거야.
    이게 뭐냐? 취해서 살수한 거 가지고 괜히 불편해지고 어색해지고.
    아유, 솔직히 우리 나라가 너무 동방예의지국인 거지. 딴 나라에서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 장과 클로에가 뺨을 비비면서 ‘봉주르’ 하고 있을 걸?
    그리고, 원래 여자랑 남자랑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이런 생물학적 위기의 순간을 잘 넘겨야 돼. 그말은 비로소 우리가…진짜 친구가 될 기회를 얻은 거라고.
    쪽팔림도 나누면 반이 될까 싶어서.
    그, 오지랖은 불치병이라 그러던데, 누가? 씁, 아주 귀찮고 불편한 거라고, 사람들한테 재밋거리가 되는 것도 싫다고 했는데, 또 누가?
    혹시 좌우명이 언행 불일치야? 말과 행동이 지나치게 다른데?
    어, 어, 야, 야, 야. 치과, 이거 지금 선 넘는 거야.
    홍 반장이야말로 선 넘었어, 지금. ——윤혜진
    그니까, 치과도 그렇게 편하게 넘으라고, 선.
    초딩처럼 금 긋고 ‘선 넘어오지 마’ 그러지 말고, 지우개도 빌려주고, 가끔은 숙제도 좀 보여 주자고.
    숙제는 왜 보여 줘? ——윤혜진
    나 요새 솔직히 치과 다시 재수 없어지려 그랬거든? 근데 오늘은 좀 멋있고, 기특했다.
    아이, 이런 거 하지 말라고. 사람들이 또 오해하짆아. ——윤혜진
    마지막으로. 나도 아무하고나 친구 안 해, 치과.
    누가 낭만에 불을 붙였네, 쓸데없이 이쁘게.
    표미선
    야, 벽돌 씹니? 내 식욕 고취를 위해 좀 맛있게 좀 먹어 줄래?
    오춘재
    너 알어? 너 이씨, 아빠 아니었음 도스하고 너 말도 못 섞었어.
    ‘도스’가 아니라 DOS거든? ——오주리
    그니까 도스가 DOS고 DOS가 도스지, 이 자식.
    오주리
    저, 덧디 교정 완전 필요해 보이죠? 그렇죠?
    안 된다고, 안 된다 그러잖아! ——오춘재
    왜? 왜? 왜?
    너는 이 덧니가, 넌 정말 귀여워. 이게 너의 매력 포인트야, 매포, 어? 넌 이거 없었으면 너는 진짜 볼 게 없어! ——오춘재
    웃기시네, 돈 때문에 그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헐! 언니, 그게 이유예요?! 와, 이 언니 생각보다 곽 막혔네?
    봐 봐요, 난 우리 아빠가 다른 여자 만나다? 딱 그러면 바로 팍팍 밀어줄 텐데.
    불쌍하잖아요, 평생 죽은 사람 그리워하면서 사는 거.
    장영국
    저기, 반 주무관.
    왜요? ——반용훈
    15년 전에 선물받은 팔찌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라는 건 도대체 문슨 뜻일까?
    되게 마음에 들거나 엄청 튼튼한가 보죠. ——반용훈

    7회

    윤혜진
    저 혼자 가도 괜찮은데.
    그러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를 굳이~ ——홍두식
    그러는 홍 반장은 왜 따라와?
    치과가 아니라, 저쪽 돌아오는 길이 염려돼서 가는 거야. 그 코 닿을 거리도 헤매실 분이라. ——홍두식
    그렇긴 하네.
    저기, 나 그 정도는 아니야. ——지성현
    아니긴 뭘 아니에요. 선배 강의실 못 찾아 가지고 내가 몇 번을 구제해 줬는데.
    오케이, 그거 인정. ——지성현
    어떻게 하는 거라고?
    어, 그냥 발로 팍팍 밟으면 돼. 치과의 그 쌀 한 가마니의 무게를 실어서. ——홍두식
    쌀 한 가마니 아니야!
    아! 이쪽에서 구정물 나오잖아!
    아닌데? 지금 네 쪽에서 이렇게 흘러내려 오는 거 같은데? ——홍두식
    아니거든? 아, 웃겨! 여기 땅이 이렇게 기울어져 있구만!
    그래, 그니까 이렇게 기울어졌으니까 지금 내 쪽으로 이렇게 흘러오는 거 아니야. ——홍두식
    발 언제 닦았어?
    안 닦는 사람이 있어? 그런 상상을 하는 거 자체가 지금. ——홍두식
    홍두식
    아, 설마 그걸 참는다고?
    선배! 저기 까나리 너무 많이 들어갔는데. 어머, 어머, 선… ——윤혜진
    이야…어우! 까나리 3만 6천 마리쯤 먹은 거 같애!
    선배, 괜찮, 아, 냄새… ——윤혜진
    아,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에 깨끗하게 물러난 거 아니었어?
    그런 적 없는데? 그냥 뭐, 설득이나 강요를 안 한다 그랬지. ——지성현
    말이애, 막걸리야? 그럼 뭐 어쩌겠다는 건데?
    나 배 고파. ——지성현
    갑자기? 지금 고파? 이 와중에?
    홍 반장님, 저희 점심부터 먹죠. ——김도하
    아, 배고파?
    지금 먹어야 돼요. 얘 굶으면 안 돼. 걸신이 그냥 잔뜩 들려 있어요. ——왕지원
    아니, 아침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라면에 밥까지 말아 먹었어.
    그걸로 모자라요, 뱃속에 그지님이 상주하고 계시거든요. ——김도하
    이불은 원래 이렇게 발로 밟아서 빠는 게 정석이야. 그리고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 풀린다?
    그렇게 좋으면 홍 반장 혼자 할 것이지, 왜 어먼 나를 끌어들여? ——윤혜진
    이 좋은 걸 또 어떻게 나 혼자 하나. 친구한테 전파하고 그래야지.
    뭐 하냐?
    아니, 잠깐만. 갑자기 무슨 이상한 장면이 떠올라서. ——윤혜진<
    지금 이 상황이 더 이상한 장면이라고 생각은 안 하고? 어유, 아, 나 코뿔소인 줄 알았어. 들이받는 힘이 이야, 거의 매머드급이야.
    뭐라고? ——윤혜진<
    그쪽 몸이 살상 무기라는 점을 유념해 줬으면 좋겠어.
    조심해, 입조심해.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마. ——윤혜진
    이렇게 조심해서 얘기할게. 본인의 몸이 살상 무기라는 살실을 좀…무기라고.
    역시 노동은 좋은 거야. 사람이 단순, 명쾌해진다니까, 그치?
    표미선
    이러면 어때요? 이렇게 젖으면 더 잘 긁힐 거 같은데.
    어, 이거 비싼 거 아닙니까?
    아니, 이건, 이거는 하나도 안 비싸요. 뭐, 더, 더 뿌릴까요?
    예, 선생님, 그러면 듬뿍 좀 뿌려 지시겠어요? ——최은철
    듬뿍?
    예. 여, 여기 이쪽에 아까 뿌리신 데다가…예, 네, 여기, 네, 네…좀 많이 뿌려 주시면, 네…근데, 이런 건 얼마나 해요? ——최은철
    이거 한 6만 7천 원.
    예?! 아니, 6…6만…아니, 지금 뭐 하시는… ——최은철
    지성현
    아, 잠깐만, 혹시 계란 풀었어?
    어, 단백질도 삽취해 줘야지. ——홍두식
    아이 참, 이, 이, 이건 아니지. 계란 풀어지면 국물 맛 달라지는 거 몰라? 라면은 봉지 뒤에 적힌 조리법 그대로 먹는 게 베스트라니까.
    아, 아유, 기호에 맞게 그먕 취향 따라 먹는 거지. 아이, 사람이 왜 그렇게 틀에 박혔어? 너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줘, 일로와! 갖고 와, 야… ——홍두식
    장영국
    다음번엔 이준이가 아빠 집으로 와. 거기는 뭐, 깨지고 그럴 것도 없어, 그냥.
    대신 홀아비 냄새 나잖아. ——장이준
    진짜로? 야, 아빠한테 너 막, 막 이상한 냄새 나고 그래? 어?
    아니, 아빠 말고 아빠 집. 아빠, 빨래 잘하고 발 깨끗이 씻고, 환기도 자주 시켜. 알겠지? ——장이준

    8회

    윤혜진
    세 판은 너무 많지 않나?
    그런 걱정 당치도 않아. 어차피 저 입으로 다 들어갈 거야. ——홍두식
    아니, 잘못은 저 새끼가 했는데 왜 피해자한테 뭐라 그래요?
    아픈 핑계로 말이라도 해 봐. 뭐, 말아? 하늘에서 뚝 떨어질지.
    쌀은 있어?
    왜, 뭐 하려고? ——홍두식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러워. 남들 다 아는 걸 왜 홍 반장은 몰라?
    혹시 뭐 깨지는 소리나 비명 소리 같은 거 들려도 절대 부엌에는 얼씬도 하지 마. 알았지?
    아유, 됐으니까 집이나 태워 먹지 마. ——홍두식
    홍두식
    이 서핑이라는 게 인생이랑 비슷해. 좋은 파도가 오면은 올라타고, 또 잘 내려가고. 파도가 너무 높거나 없는 날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응, 그래, 혼자 타. 앞으로 내 앞에서 서핑의 ‘시옷’ 자도 꺼내지 마.
    스파게티, 삼선짜장, 사천탕면, 새우튀김, 스… ——지성현
    뭐 하는 거야?
    저녁 뭐 먹지? ——지성현
    아, 이런 일차원적인 인간이 우리나라 최고 예능 피디라니…대한민국 방송계의 미래가 참 밝다.
    아! 나 먹고 싶어 거 생각났어, 물냉면. ——지성현
    어유, 그렇게 하루 종일 물을 먹어 놓고? 아유, 난 싫어, 혼자 잡숴.
    지 피디, 지 피디, 아, 지 피디, 아…아주 지 피디 바쁘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아주 난리가 났네.
    자기가, 자기가 무슨 홍길동이야?! 홍씨는 나거든?
    범죄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이 순찰을 강화하는 것도 반장의 의무…일걸?
    진짜요? 그거 어디 적혀 있어요? ——최은철
    그, 너 안 봤구나, 그거.
    안 봤죠. ——최은철
    출동.
    아니, 그거…아, 어디 적혀 있냐니까. 그게 진짜 나와 있어요? 나는 본 적이 없어요. 어디 적혀 있는데요? ——최은철
    너 같으면 놓겠니? 야, 근데 너 뭐 잘못했어? 절도? 사기?
    아유, 씨, 알지도 못하면서 날 왜 잡아? 이씨. ——보이스 피싱범
    치과가 잡으라길래. 아, 힘들다.
    하, 이거 봐? 아,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오, 아…정말 완벽하게, 맛대가리가 없네?
    와, 쌀이랑 물로 뭐 이렇게 망치기도 쉽지 않은데…
    어, 이거 왜 시지?
    아유, 뭐, 이래 놓고 남기지 말라고? 양심 있어, 지금?
    조남숙
    나도 없어진 거 있는데?
    넌 뭐가 없어졌어? ——오춘재
    속옷. 내 빨간색 브라자.
    아, 진짜, 그건 좀! ——최금철
    아, 증말, 어유…어유, 나 상상하려…어유, 나 상상 돼, 야! 그딴 걸 누가 훔쳐 가! ——오춘재
    아유, ‘그딴 거’ 라니? 뭐 말을 그렇게 해? 내 브라자 갖고!

    9회

    윤혜진
    홍 반장, 여기 왜 있어?
    아, 나 샤워기 고치러 왔지. 아이, 샤워기 헤드 터지는 바람에 그냥 물이 막 이리저리 튀어 가지고 쫄딱 젖었네. 그, 수압 짱짱한 걸로 갈아 놨다. ——홍두식
    아니, 그걸 왜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해?
    표 선생 있다 갔지. 치과 금방 올 거라고 나보고 고치고 있으라던데? ——홍두식
    아휴, 나 진짜, 표미선…알았으니까 일단 가.
    돈 줘. ——홍두식
    응?
    아, 돈은 줘야지. ——홍두식
    대체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한 거야?
    오늘만 넘기려고. ——홍두식
    뭐?! 아니, 고작 그딴 이유로 그런 말을 해?
    그럼 어떡해? 손이 부서지게 생겼는데.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이 방법이 제일 빠르겠더라고. 저렇게 단단히 오해하고 계시는데, 별 변명 해 봤자 입만 아프고. 그냥 깔끔하게 오늘 연극하고 끝내는 게 낫지. ——홍두식
    그러고 나면?
    그러고 나면? 뭐, 헤어졌다 그래도 되고. 뭐, 그때 가서 어쩌실 거야. ——홍두식
    참, 뒷수습은 자기 일 아니라 이거지?
    오늘 하루 알바 쓴다고 생각해. 일일 남자 친구 대행. ——홍두식
    알바비는 받으시겠다?
    방법 있다며?
    어디서 저런 발 연기를… ——홍두식
    이상하다. 분명 오늘 처음 만났는데, 여기 지금 홍 반장이 있는 풍경은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 걸까?
    왜 저 남자는 어색한 공기마저 희석시키고 주변을 이토록 따뜻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 고아라니, 그…무슨 말씀이 그러세요, 저 사람도 가족 있었어요. 일찍 돌아가셔서 그렇지. 아니, 그게 무슨 잘못이라도 된 듯이 그러세요?
    잘못이다. 계인적으로는 안된 일이다마는 널 만나는 데는 잘못이야. ——윤태화
    아빠.
    딸이 혈혈단신 고아를 만난다는데 두 팔 벌려 환영할 부모는 세상에 없어! 더 정들기 전에 헤어져라. 어차피 만난 기간도 짧고. 난 저렇게 결함 있는 친구를 식구로 들이고 싶지 않다. ——윤태화
    아빠 말씀대로라면, 저도 결함 있는 인간이네요. 저도 어렸을 때 엄마 돌아가셨잖아요. 거기다가 새엄마까지 있는 재혼 가정.
    윤혜진! ——윤태화
    저도 하자 있어요. 아니, 왜 비겁하게 홍 반장한테만 뭐라 그래요?!
    홍두식
    아유, 근데 이거 계속 이렇게 잡고 계실…아…놓을 생각이 없으시겠구나.
    아빠, 제가 다 설명을 할게요, 요거 좀… ——윤혜진
    됐다, 벌써 다 들었어. 거기다 이렇게 집까지 들락날락하는 걸 봤으니 변명할 생각은 말아라. ——윤태화
    아빠, 제가 다 설명한다니까요. ——윤혜진
    아, 됐어, 내가 얘기할게. 네, 맞습니다, 저 치과, 아니, 혜진이 남자 친구입니다.
    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을 경험하고 있는 중인데, 굳이 그거를 직업으로 이렇게 국한시킨다면은, 예, 없어요.
    혜진이 너 지금 백수를 만난다는 거냐? ——윤태화
    아, 그게…아니, 제가 잘 버는데 남자 직업이 뭐가 중요해요? 사람만 괜찮으면 됐지. ——윤혜진
    뭐?! ——윤태화
    그리고 홍 반장,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무능력한 사람 아니에요. 아니, 이 얼굴에, 이 케에, 그리고 서울대까지 나왔다고요. ——윤혜진
    서울? ——윤태화
    네! 그것도 수석 입학. 저기, 화학과라 그랬지? ——윤혜진
    기계 공학.
    네, 기계 공학. ——윤혜진
    이제 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난 짜장면을 돈 내고 먹어 본 적이 없어. 나를 키운 건 8할이 내기 바둑이란 말씀.
    한 수 만 좀 물러 주게. ——윤태화
    에헤이, 에헤이. 아, 내가 그렇게 물러 보이셔?
    내가 노안이 와서 잘못 봤어. 자네 장유유서 모르나? ——윤태화
    승부에서 나이를 거론하는 것은 반칙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됐어, 그만 두게. ——윤태화
    아버지…삐치셨어?
    아, 삐치긴 누가 삐쳐? 그리고, 내가 왜 자네 아버지인가? ——윤태화
    아니,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부르지? 알았어, 내가 지금 물러 드릴게. 대신 이것 딱 한 번뿐이야.
    아이, 됐다니까. ——윤태화
    어, 자, 자, 자…물렀다, 물렀어. 자, 물렀다. 자, 아버지 차례. 자, 아버지 차례.
    그것도 아버지 닮았네. 치과가 은근히 자기반성이 빠르거든요.
    치과 정말 따뜻한 사람이고, 그래서 언젠가 그 친구 옆에 정말 좋은 사람이 있길 바래요.
    그게…자네일 수도 있잖아. ——윤태화
    아니,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 건데? 나 지금 내 삶이 좋아.
    말도 안돼. 그거는 완전 비효율적인 자원 낭비지. 마치 최고 사양 컴퓨터로 지뢰 찾기 하는 거랑 마찬가지야. 제로백 2초대 슈터 카로 아우토반 대신에 논두렁 달리는 거라고. ——윤혜진
    이 지뢰 찾기가 지닌 단순함의 미학을 무시하지 마. 그리고 여름밥의 논두렁이 얼마나 운치 있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이명신 (윤혜진 새어머니)
    부모 마음이 원래 그래. 아버지가 했던 말 솔직히 치사빤쓰였거든? 근데, 자식 일엔 그게 공평하게가 잘 안돼.
    남의 흠은 집채만 하게 보이는데, 내 새끼 흠은 티끌 같아서 그냥 모르는 척 후~ 불어 없애 주고 싶어.
    그래도, 내가 뒈지게 혼내 줄테니까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마. 온통 널 향한 사람인데, 그럼 너무 불쌍하잖아.

    10회

    윤혜진
    그런 가정은 무의미해. 세상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고, 그건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그러니까 홍 반장 잘못 아니라고.
    난 새우도 그렇고 게도 그렇고, 갑각류 너무 귀찮아. 들인 공에 비하면, 진짜 알맹이는 요만해. 근데 또 맛은 있어.
    그러게, 생각해 보니까 이 귀찮은 걸 해 주는 사람이…할아버지밖에 없었네. ——홍두식
    그래. 껍질 까 주는 게 진짜 보통 일이 아니야. 웬만큼의 애정이 있지 않고서는 진짜 못 할 짓이라니까?
    어, 그게…아, 지금은, 불가항력에 의한 특수 상항. 홍 반장 다쳤잖아, 나 때매.
    어, 맞아, 나 전치 4주다. 아, 아퍼… ——홍두식
    오늘 꼭 해야 될 말이 있어서…
    좋아해. 나 홍 반장 좋아해.
    나는 아흔아홉 살까지 인생 시간표를 짜 놓은 계획형 인간이야. 선 넘는 거 싫어하는 개인주의자에, 비싼 신발을 좋아해. 홍 반장이랑은 정반대지.
    혈액형 궁합도 MBTI도, 어느 하나 잘 맞는 게 하나도 없을걸?
    크릴새우 먹는 펭귄이랑 바다사자 잡아먹는 북극곰만큼 다를 거야.
    근데 그런 거 다 모르겠고, 내가 홍 반장을 좋아해.
    치과, 나는… ——홍두식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뭐 어떻게 해 달라고 하는 거 아니야. 어…자꾸 내 마음이 부풀어올라서 이러다가 아무 때나 빵 터져 버릴 거 같애.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나도…나도 이제 더는…어쩔 수가 없다. ——홍두식
    홍두식
    어서 와, 우리 집은…아, 처음이 아니지.
    세 번째지. ——윤혜진
    그, 여러모로 세 번째 그, ‘삼’이 참 좋은 숫자잖아. 삼선 짜장, 삼세판, 최 진사 댁 셋째 달이 예쁘, 예쁘다던데.
    뭐야? ——윤혜진
    야, 부경아! 야, 부경이…
    부경이가 누구야? ——윤혜진
    아, 깜짝이야. 어촌계장님네 그, 백구 이림이야. 아, 이놈이 뭘 얼마 전부터 뭘 잘못 먹었는지 계속 지가 늑대처럼 저렇게 울더라고.
    치과처럼 책과 거리가 먼 사람한텐 이게 명약이지.
    나 책 진짜 많이 읽거든? ——윤혜진
    그래, 그럼 감명 깊게 읽은 책 5초 안에 대 봐, 5, 4…
    안 읽고 뭐 해? ——윤혜진
    다들 나보다 치과를 걱정하는 거 같은 건 내 기분탓이겠지?
    내가 진짜 하다 하다가 별 알바를 다 해 본다.
    침착해. 솔직히 예상했잖아, 청결하고 위생적인 타입일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어. 그래.
    표미선
    홍 반장님, 저 급한 알바 하나만 해 주실 수 있어요?
    뭔데? ——홍두식
    저, 지금 일단 저희 집에 가셔 가지고, 혜진이 방에 입장하신 다음에, 그, 화장대가 있을 거예요. 화장대 위에 있는 고데기 코드를 좀 뽑아 주세요.
    뭐?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아, 직접 하면 되잖아. ——홍두식
    아, 저희가 지금 좀 멀리 나와 있어 가지고.
    어딘데? ——홍두식
    서울인데…
    서울에 갔어? 언제 오는데? ——홍두식
    저희 내일이요. 아, 그니까 제발 좀 한 번만 살려 주시면 안 될까요? 그, 통장님 집인데, 그걸 우리가 다 태워 먹을 수는 없잖아요.
    윤혜진, 너 아까부터 이상해.
    왜? ——윤혜진
    너답지가 않아. 아까 막 백화점 들어가서, 어? 카드 한도 채울 때까지 긁을 것처럼 막 굴더니, 너 신발도 안 샀지, 옷도 안 샀지, 자꾸, 어? 남자 옷만 막 기웃기웃거리고.
    야, 또 내가 또 언제 또… ——윤혜진
    너 지금도 그래. 야, 무슨 얘기만 했다 하면 막 ‘공진’, ‘공진’…기승전 공진이야, 너!
    김감리
    내 올해 나이가 팔십이라니, 평생을 열 길 물 속에 들어가 전복이며 성게며 건졌는데, 인제는 힌 길 사람 속도 빼이 보여.
    그득하니 마음이 만선인데, 어데서 이러게 계속 그짓불이나?
    두식아, 인생 지다한 거 같애도, 살아 보믄 짧아. 쓸데없는 생각 처내꾼져 버리고, 네 스스로한테 마, 솔직하라니. 응?

    11회

    윤혜진
    나 이제 그만 가 볼게.
    잠깐, 잠깐만. 아, 이대로 그냥 가면 어떡해? ——홍두식
    아니, 할 말 다 했고, 다 들은 거 같애서.
    나 아직 한마디밖에 안 했거든? ——홍두식
    그래도 이 정도 행위면 다 들었다고 해도 무방하…
    좋아해. 그렇게 저돌적인 고백을 받아 놓고, 그냥 통치고 넘아가면은 비겁하지. 나도…치과 좋아해. 그렇게 됐어, 아니…그렇게 돼 버렸어. ——홍두식
    난 애매한 거 별로야. 성현 선배와의 추억에도, 앞으로 홍 반장과 함께할 시간에도 예의를 좀 갖추고 싶어. 그러니까 오늘은, 아직은 사귀는 거 아니야.
    내가 바이칼 호수를 찾아 봤는데, 잠깐만…‘바이칼 호수는 2500만 년이나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이며, 수심 1743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다’.
    날 향한 홍 반장의 마음이 이 정도였어?
    아니, 어떻게 군만두를 빼놓을 수가 있어? 내가 이 바식바삭한 군만두를 얼마난 좋아하는데. 나는 탕수육을 이 군만두 때문에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아, 윤 선생, 그래도…생각보다 사람이 굉장히 폭력적이시네요. 군, 군만두 내가 갖고 왔어요. ——조남숙
    너무 보고 싶었어.
    나 이렇게 못 만나는 거 너무 싫어.
    맨날 맨날 보고 싶어. 맨날 맨날 목소리 듣고 싶고, 맨날 맨날 껴안고 싶어.
    홍두식
    근데, 내가 펭귄이고 치과가 북극곰 맞지?
    어? ——윤혜진
    아니, 그냥 누가 봐도 이 성격이나 덩치나. 에이, 바다사자가 뭐야, 사람도 잡겠는데.
    ‘질투’…질투는 무슨. 아휴, 나는 이, 고백을 받은 사람이 대처해야 될 이 자세에 대해서 하는 얘기야. 상대가 서브를 날렸으면 그걸 받어쳐야지 그걸 왜 피해? 이 ‘인’ 인지 ‘아웃’ 인지, 그게 정확하게 얘기를 지금 해 줘야 될 거 아니야.
    아니, 그러는 홍 반장은? 선배 마음 알고 있었으면서 왜 가만히 있었어? 뭐, 다른 사람이 나 좋아해도 별로 상관없었던 건 아니고?
    아, 그야 그땐 내가 너 그만큼 좋아하는지 몰랐으니까!
    ‘그만큼’ 이 얼마만큼인데? ——윤혜진
    뭐…꽤 돼. 뭐, 양으로나 질적으로나 너 섭섭하지 않을 만큼은 될걸?
    아휴, 최상급 표현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아, 뭐야? 그 애매한 설명은? ——윤혜진
    그냥 뭐, 바이, 응, 바이칼 호 정도는 돼.
    아니, 이걸 고작 ‘화’ 라고 표현하면 섭섭하지. 분노, 울분, 울화, 격분, 조금 더, 뭐랄까, 고차원적인 감정이야.
    치과, 솔직히 말해 봐, 나랑 만나고 싶은 거 맞아? 나 죽이고 싶은 거 아니고?
    어어!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왜? ——윤혜진
    내 신변 보호를 위해서 앞으로 외부에서는 2미터 내 접근 금지.
    치, 2m면은 요만큼? ——윤혜진
    이게 무슨 2m야? 1m도 안 되겠네, 지금.
    홍 반장이랑 나랑은 생각하는 단위가 조금 다른 거 같애. ——윤혜진
    국제 규격을 좀 맞춰 주셨으면 좋겠는데?
    너 없이 34년을 살았는데, 널 알고 난 이 하루가, 평생처럼 길다.
    윤혜진, 너 뭐야?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한 번 더 불러 줘. ——윤혜진
    뭐?
    내 이름. ——윤혜진
    혜진아, 윤혜진.
    수천, 수만 번을 들었는데도, 너무 낯설어. 꼭 새 이름 같애. ——윤혜진
    아, 아, 그럼, 다들 댕큐 베리 머치. 그럼 이 영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우리 열심히 잘 만나 볼게.
    표미선
    부탁이 있아온데, 제발 식당 알바는 한식, 양식, 일식, 뷔페식, 좀 다양한 곳에서 진행해 주세요, 네? 제 점심이 무슨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어? 중국 음식만 서른한 가지 골라 먹게 생겼어요, 지금.
    참고할게. 이, 표 선생의 식생활에 혼란을 야기시킨 점, 미안하게 생각해. 쏘리. ——홍두식
    아니에요. 그게 어디 뭐 홍 반장님 잘못이겠어요? 유난도 병인 저 친구를 둔 제 불찰이죠.
    여화정
    아니, 내가 얘기를 좀 들었는데, 윤 선생님 너무하시네.
    네? ——윤혜진
    뭘 ‘네’ 예요? 아까부터 우리가 쭉 지켜봤는데, 우리 홍 반장을 쥐 잡듯 잡잖아! 아주 그냥 철천지원수 지간도 그렇게는 안 하겠다, 선생님! ——조남숙
    예, 아까 수퍼에서, 응? 이렇게 코피도 내시고! ——최금철
    어, 그래! 조인트도 까고! ——조남숙
    그래, 아, 싸, 싸대기 날렸잖아… ——오춘재
    어머, 세상에, 싸대기 맞았니? 어머, 웬일이야, 증말? ——조남숙
    그게 아니라, 홍 반장이랑 저랑 얘기를 하다가… ——윤혜진
    아니, 아니, 안 되겠어. 이러다가 우리 홍 반장 몸이 나아나질 않겠어. 내가 웬만하면 사이좋게 지내라 하려 했는데, 그 단께를 넘어섰네. 둘이 그냥 당분간 만나지 마.
    어, 그게 좋겠다. 오케이, 어, 그래 그래. 저기, 이제 눈도 마주치지 말고, 길도 피해서 다니고 둘이 이제 어는 듯이… ——오춘재
    아유, 아니, 형, 이 좁은 공진 바닥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해? ——홍두식
    야,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다 알아서 해 줄 테니까! ——최금철
    지성현
    아이, 내가 단순한 사람이라서 그런가, 이게…복잡한 게 싫더라. 막 인간관계에 막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아유, 막 머리 아파.
    나 혜진이 좋아해. 근데, 내가 생각보다 홍 반장도 좋아하는 거 같애.
    아휴, 아휴…학교 다닐 때도 삼각 함수가 그렇게 싫더니, 응? 삼각관계는 체질이 아니야, 나한테.
    잘못 박았잖아!
    이거 봐, 이거 봐. 손 많이 가는 거. 이거 봐, 손 많이 가잖아. 그니까 이거 내가 구경만 하라니까, 굳이 이거 해 보겠다고. ——홍두식
    참, 본인이 부숴 먹은 다리는 지금 안 보여?
    아이, 아까 내 얘기를 못 들었어? 이거는 나무가, 나무가 좀 삭았다고 내가 얘기를 했잖아. ——홍두식

    12회

    윤혜진
    난리 날 거야. 내일 나가잖아? 그럼 주리가 나한테 반말할걸? ‘안녕, 혜진아’…중딘인 줄 알고.
    주리는 원래 공진 사럼들한테 다 반말해. ——홍두식
    각오해, 여기 있는 거 진짜 많이 지울 거야.
    어유, 천천히 지워. 서두르지 말고 여기 있는 거 하나 하나씩 오래오래, 그렇게 다 하자. ——홍두식
    사실 슴슴이 아직 내가 만지면 화내거든, 가시 세우면서.
    어? 그럼 이제 치과 고슴도치 안 같네? ——홍두식
    응?
    아니, 예전에는 뾰족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만져도 가시 안 세우잖아. ——홍두식
    아니야, 얼굴이 홀쭉해졌어. 아무튼, 홍 반장, 오늘 성현 선배 만나면 옆에서 좀 챙겨 줘. 아, 치킨 시키면 닭 다리도 좀 주고.
    그럼 나는? 나는 뭐, 닭 모가지나 먹을까? ——홍두식
    어머, 홍 반장, 나 그런 뜻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야.
    아, 아이, 됐어, 됐어. 그냥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가서 챙겨 주면 되지, 왜 나한테 시켜? 가서 닭 다리 두 개도 주고, 아니야, 먹기 좋게 발골까지 다 해서 주면 되겠다. ——홍두식
    홍 반장 삐졌어?
    삐지긴 뭘, 누가 삐져…나는 합리적인 제안을 하는 거야. 아니, 남자 친구 앞에서 딴 남자 걱정이 되는 정도니까, 직접 가서 케어를 하시라고.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고. ——홍두식
    아니, 그 얘기가 아니야. 난 그 얘기가 아니야, 홍 반장.
    ‘응, 너도’? 미선아, 아니, 내가 무려 46자의 톡을 보냈는데, 세 슬자의 답장이 왔어. 너 어떻게 생각해?
    나 홍 반장이 기분 안 좋아 보여 가지고 나 때문인가 했었거든. 목걸이 때문에, 내가 부담스러워졌을까 봐.
    뭐…아휴, 아이, 도대체 그 작은 머리엔 무슨 생각이 들어 있냐? 가도 너무 멀리 갔잖아. ——홍두식
    아니야, 달라. 의미가 생기는 순간…특별한 곳이 되니까. 여기 홍 반장이 데려온 바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된 바다. 나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이 너무 좋아.
    모닥불, 파도 소리, 바닷소리, 여름 냄새, 별, 그리고 너.
    나, 이 세상 어떤 것보다 네가 너무 좋아.
    그러니까, 이 말은 내가 먼저 해야겠다. 윤혜진, 사랑해. ——홍두식
    홍두식
    자꾸 이렇게 주인 없는 집에 와 있을래? 이럴 가면 월새를 내든가.
    월세 낼게. 일단 얼른 씻고 나와. ——윤혜진
    씻, 씻어?
    꼭 해야 될 일이…이거였어?
    어, 커플 요가를 통해 유대감을 고취시키고 유연성을 높이는 거지. ——윤혜진
    이거 하다가 몇 커플은 헤어졌겠다. 아유, 힘들어서 그래, 함들어서.
    이, 내가 아까 전부터 드는 생각인데, 우리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뭘 물어, 양치하고 있지. ——윤혜진
    그니까, 그걸 왜 내 손을 두고 네 손으로 하고 있냐고.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 ——윤혜진
    이게? 어디가?
    너 정체가 뭐야? 너 에너자이저야? 등에 건전지 있어?
    내가 미안해. 네 맘 알면서도 괜히 꼬투리 잡은 거 어먼 사람 질투해서 혼자 삐지고 혼자 발작하고. 문도 그냥 막 닫고 나가 버리고. 그리고 이제서야…사과하는 거.
    와, 진짜 구체적이다. 왜 그랬어? 홍 반장답기 않게. ——윤혜진
    아, 몰라, 나도. 난 진짜 내가 쿨한 줄 알았거든? 근데 생각보다 유치하고 구질구질하더라. 나 지 피디 닭 다리 뺏어 먹었다?
    진짜로? ——윤혜진
    어, 아휴…진짜 찌질하지? 내가 윤혜진 때문에 진짜 매일 낯선 나를 발견하는 중이다, 증말.
    나도, 나도 홍 반장의 매력을 매일 매일 발견하는 중이야. 오늘의 발션은…귀여워. ——윤혜진
    뭐, ‘귀여운 여인’ 찍어? 나 줄리아 로버츠야? 그리고 그 영화 자체가 1990년대 작품이야, 이거 너무 클리셰.
    아, 이 정도 클리셰는 요즘 클래식이야. ——윤혜진
    혜진아, 네가 하는 모든 행동들에 나 신경 쓸 필요 없어. 네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너한테 선물하는 건데, 왜 내 눈치를 봐? 나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그거 내가 다 직접 만든 거야. 솔직히 그 목걸이 내가 사 주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더라. 그래서 그거 대신 담을 수 있는 보석함을 만든 건데…아휴, 이제 목걸이가 없네.
    지성현
    뭔데? 기분 나쁜 거 있으면 솔직히 말해 줘.
    혜진이가 네 걱정 많이 하더라. 얼굴 까칠하대, 말랐대, 밥 잘 챙겨 먹으래. ——홍두식
    그래서 그렇게 입이 댓 발 나왔구만?
    아, 아니거든? 무슨 입이 나와? ——홍두식
    아, 진짜 부럽다. 진짜 부럽다! 나도 동정이나 걱정받는 거 말고, 질투나 해 봤으면 좋겠네. 어, 어디 내 앞에서 딴 남자 얘기 하냐고, 아주 막 큰소리 뻥뻥 치면서, 아주 지랄발광이나 해 봤으면 좋겠네, 아주 그냥.
    이제 알겠냐, 어? 그 사랑싸움이 얼마나 배부른 건지?
    최은철
    표 선생님, 혼자 어디 가세요?
    아…집에 바퀴벌레 한 쌍이 있어 가지고. ——표미선
    바퀴벌레요? 제가 지금 가서 잡아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 ——표미선
    이 자식들이 이게 번식력이 상당히 강한 놈들입니다. 이게 가만히 두면은 이 지구 끝까지 정복할 놈들이라고요.
    혜진이랑 홍 반장님. 집에서 애정 행각을 막 해 가지고 그냥 나왔다고요. ——표미선
    오춘재
    이 닭 다리는, 응? 오늘 가장 고생하신 우리 피디님께서…
    아, 감사합니다. ——지성현
    내가 찾던 다리가 여기 있네. ——홍두식
    아, 두, 두식이가 오늘 굶, 굶었나 봐, 얘가. 뭐, 다행이 또 이게 닭은 또 항상 이 다리가 두 개잖아. 자.
    감사합니다. ——지성현
    아, 오른쪽 다리가 내가 찾던 거구나. ——홍두식
    야…야, 얘를 어떻게, 얘 왜…야, 야, 이 새끼야! 뱉어!
    여화정
    이준아, 엄마 상 때문에 허락해 주는 거 아야. 네가 키우고 싶다고 하니까 그런 거지.
    지금 이렇게 가족 파티 하는 것도, 이준이가 상 받아서가 아니냐.
    이준아, 상 받은 거? 잘했어. 근데 안 받았어도 파티는 열였을 거야. 이거 우리 아들이 열심히 노력한 걸 기념하는 파티거든.
    엄마는 결과보다 그게 훨씬 더 중요해.
    전기구이 통닭 트럭 사장
    아유, 답답해! 속 터져, 아…
    아니, 왜 그거를 못 알아들어? 그거는 거절이 아니고 수락이잖아, 수락.
    통닭도 예스, 연애도 예스, 오케이?

    13회

    윤혜진
    여름, 가을, 겨울 지나고, 봄, 그리고 또 여름. 1년 뒤에는…어떻게 돼 있을까?
    그야 당연히…잘 익었겠지. ——홍두식
    난 아이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막상 안고 나니까, 마음이 뭉클했어.
    너무 작고 따듯하고 뽀송뽀송하고…그렇게 태어나는 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다니…
    너도 태어났을 때 분명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을 거야. ——홍두식
    홍 반장, 나중에, 혹시 나중에, 왜 다들 그런 상상 하잖아. ‘나중에 아이를 갖는다면’ 뭐, ‘둘 이상이었으면 좋겠다’, ‘첫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 ‘아들이었으면 좋겠다’…홍 반장은 그런 바람 같은 거 있어?
    글세, 나는 그런 상상 해 본 적이 없어서. ——홍두식
    앞으로 계속 이럴 거야? ‘그냥 아는 사람’, ‘그냥 회사원’…뭐 하나 얘기해 주지도 않고 그냥 다 이렇게 얼버무릴 거냐고.
    나는 다 보여 줬잖아. 우리 아빠, 새어머니, 그리고 바보처럼 취한 모습도.
    나는 홍 반장이라면 다 괜찮을 거 같은데, 홍 반장은 안 그래?
    난 있잖아, 오늘 윤경 씨가 너무 부러웠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순간도, 같이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
    아니, 버킷 리스트 해 주겠다는 약속은 지키면서, 그 온갖 것들은 다 해 주면서, 왜 정작 제일 중요한 건 안 해 줘?
    왜 홍 반장에 대한 얘기는 안 해?
    대체 뭐가 그렇게 어려워?
    난 있잖아, 홍 반장이 진짜 너무 좋아. 그래서 알고 싶어. 홍 반장이 어떤 삶을 살았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홍 반장이랑 내가, ‘우리’가 되는 순간을 꿈꿨는데…
    왜 자꾸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려고 해? 왜 자꾸 멀어져? 왜 자꾸 낯설어져?
    난 이제 홍 반장이 누군지 모르겠어. 어떤 사람인지.
    나도…나도 모르겠어. ——홍두식
    홍두식
    아유, 새벽부터 피곤한데 고마워. 잘 입고 잘 쓰고 잘 반납할게.
    그래, 야, 이거 채 진짜 비싼 거야, 응? 이옷도 한 번, 한 번밖에 안 입었어. ——장영국
    비싸 봤자 스텐이고 태그 떼면 헌 옷이지. 아무튼 잘 쓸게. 댕큐.
    아니, 홍 반장 저거는, 저거, 빌리는 사람 애티튜드가 뭐 저렇게 당당해? ——장영국
    아, 안 되겠다. 나 아무래도 은퇴해야겠다. 앞으로 공진에서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홍 반장이 아니라 윤치과 찾을 거 같은데?
    그냥. 삼촌은 아직도 무서운가 봐. 헤어지는 게.
    표미선
    이야, 이 귀신 머리카락 같은 게 이게, 이…이게 다 미역이니, 이게?!
    야, 아니, 미역이 왜 이렇게 커져? 아니, 나는 한 봉지가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줄은 몰랐어. ——윤혜진
    야, 너 미역국이 먹고 싶으면 그냥 내돈내산을 해, 어? 그 똥손으로 자꾸 뭘 이렇게 막 하려고 하지 마!
    최금철
    윤경아, 윤경아, 선생님 말 듣자, 어?! 나 요새 머리 진짜 많이 빠져! 알잖아, 우리 집 탈모 유전자!
    윤경아, 너 남은 인생을 대머리랑 살고 싶지 않지, 어?
    아니, 내가 너 오늘 죽일 거야! ——함윤경

    14회

    윤혜진
    아니야, 안 만날래. 어차피 홍 반장 지금 나 만나도 미안하다는 말밖에 안 할 거잖아. 지금 벌써 한 번 했고.
    내 생각엔…아무래도 우리 시간이 좀 필요한 거 같애.
    이별 전에 의례적으로 하는 말 아니야. 나 홍 반장이랑 헤어지기 싫거든.
    어, 그럼 왜… ——홍두식
    그냥 좀 시간이 필요해 보여서. 홍방이 나한테 미안해지지 않기 위한 시간, 나한테…솔직해질 수 있을 만큼의 시간.
    우리 이렇게는 안 될 거 같애. 우리 조금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나 불확실한 거 제일 싫어해. 애매모호한 거 체질적으로 안 맞아. 그래서 말인데…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반장이 나한테 언젠간 마음을 열어 준다는 확신만 준다면, 나 가다릴 수 있을 거 같애.
    그냥 당장 뭐, 어쩌자고 하는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바라는 건, 여지였어.
    홍 반장의 내일에 내가 조금은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함께할 가능성이 있는지…그게 궁금했었던 같애.
    나도 그러고 싶어, 그치만…
    거기까지 들을게. 다른 말은 됐고. ‘그러고 싶다’가 홍 반장 마음인 거잖아. 그럼 됐어, 나 기다릴게.
    나는 결론 내렸지만, 홍 반장한텐 추가 시간을 줄게.
    근데 안 보는 건 그만하자. 보면서 생각해, 그냥 보면서 계속 생각해.
    근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마.
    홍두식
    싸운 거 아니야. 그냥, 나한테 혜진이가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투명하고 솔직하고 용감하고…나랑은 너무 달라.
    그런 문제면 간단하지 않아? 홍 반장도 투명하고 솔직하고 용감해지면 되잖아. ——지성현
    아유, 나 지금 말장난할 기분 아니야.
    진심인데? 야, 뭘 들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냥 갖고 있는 카드 책상 위에 올려놔. 연애가 뭐, 패 감추고 베팅하는 포커 게임이 아니잖아. ‘나는 이런 사람이다’, 솔직하게 보여 주고. 판단은 상대가 하는 거지. ——지성현
    그럼 나한테 실망하지 않을까?
    아니, 너를 있는 그대로 봐 줄 거야. 혜진이는 그런 사람이니까. ——지성현
    나보다 지 피디가 혜진이를 더 많이 아는 것 같네.
    야, 지금 홍 반장 너보다 혜진이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알아? ——지성현
    표미선
    안 돼, 은철 씨! 안 돼!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미선 씨가 여기 어떻게… ——최은철
    은철 씨, 안 돼요. 지금 경찰이 무기 밀매, 이런 거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미선 씨, 이게… ——최은철
    나, 나 지금 쏴?! 날 쏴?!
    아니요! 미선 씨, 이거 장난감, 장난감! 이거 완 쏴져요, 완 쏴져요! ——최은철
    안 쏴져?
    예. ——최은철
    장남감?
    예. ——최은철
    장난감이야?
    예, 장남감. ——최은철
    장난감…왜, 왜 여기서 장남감 해?!
    거, 거래 중입니다. 오이마켓… ——최은철
    네?
    애장품들을 처분 중이었습니다. 제가 밀리터리 덕후라. ——최은철
    저는 단골입니다. ——남자
    지성현
    이미 깨끗한 마당은 뭐 하러 또 쓸어? 마음이 심란하니까 몸이라도 움직이려고?
    여화정
    근데 선생님, 누군가한테는 말하기 쉬운 게, 어떤 사람한테는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어렸을 때분터 어른스럽고 참는 법만 배운 애라, 지 속 터놓는 법을 몰라요.
    ‘힘들다’, ‘아프다’, 이런 얘기 들어 줄 사람이 오래 없기도 했고.
    나는 선생님이 두식이 대나무 숲이 돼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해 보니까, 깨달은 바가 있어 그래요. ‘에이, 조급하게 굴지 말걸’, 한 번쯤은 솔직하게 그냥 다 말해 볼걸’…
    장영국
    아유, 얘가 생선 눈깔 매니아야. 아유, 난 그거 눈도 못 마주치겠더구먼.
    야, 네 눈깔도 줘. ——여화정
    OH NO! MY EYES! OH NO!
    네 눈깔 먹어, 내 눈깔 안 돼. OH NO!
    그래, 나 미친놈 맞아. 근데 그냥 미친 김에 나 한마디만 더 할게. 나…한 번만 봐줘라, 나.
    내가 내 발등 찍었어. 내가 내 무덤 팠어. 내가 너한테 한 짓…다 기억났어.
    미안하다. 너 상처 준 거. 그래 놓고 알지도 못한 거.
    평생…빌면서 살아도 용서받지 못한 일인 거 내가 다 알어. 그래서 속죄하는 의미로 너를 보내 주려고 했는데, 근데…근데 그게 잘 안돼.
    너랑 나랑은 어렸을 때부터 계속 같이 있었으니까, 그게 그냥….당연한 건 줄 알았거든.
    근데 그게 아니게 되고 나서야, 네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알겠다.
    내가 진짜로 미안한데, 화정아. 우리…처음부터 다시 한번 시작해 보면 안 될까?
    김감리
    두식아, 내는 네 앞에 치과 선생이 있는 거 참 좋다.
    이, 사람들한테 잘하는 것도 좋지만, 너를 위해 살아야 해. 마수운 것도 마이 먹고 행복해야 돼.
    네가 행복해야 내도 행복하고, 또 치과 선생도 행복할 기야. 아, 여 공진 사람들 마카, 다 그렇게 생각할 거라니.
    할머니, 정말 내가 그래도 될까? ——홍두식
    유초희
    참 이상하죠? 본인들 마음인데 그걸 옆에서 봐야 보인다는 게.

    15회

    윤혜진
    울어도 돼, 홍 반장.
    홍 반장도 힘들었을 거 아니야. 힘든 거 꾹꾹 눌러 왔을 거 아니야.
    심장에 모래주머니 매달고 살았을 거야.
    나한테는 슬프다고 해도 돼. 나한테는 아프다고 해도 돼, 홍 반장.
    울어도 돼, 울어도 돼.
    웃으니까 좋네. 그렇게 웃어.
    ‘내가 이렇게 웃어도 되나’,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그렇게 너무 생각하지 말고.
    웃어.
    이제 알겠어, 홍 반장이 왜 이렇게 공진을 좋아했는지. 뭔가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이 쪼끄만 바다 마을을 왜 그렇게 애틋하게 생각했는지.
    홍두식
    오해 아니야. 오해 아니라고. 네가 들은 말 전부 사실이야.
    도하 아버지 그렇게 만든 사람, 나 맞아.
    그뿐만이 아니라, 네가 본 그 사진 속 가족도, 내가 망가트렸어.
    내가…형을 죽였어.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나한테 했던 말은…가족 걱정이었어.
    아들 면접 때 좋은 양복 입히고 싶다는 아저씨 말이…계속 생각났어.
    그렇게라도 내가 대신 해 드리고 싶었어.
    그거 나 때문이었네. 욕심 없는 우리 아빠 뭐 한다고 그런 거 들었을까 했는데, 방송국 몇 번 떨어지고 술 먹고 그랬거든? 후진 양복 입고 가서 그런 거라고. 빈티 나서…내가 돈도 없고, 백도 없어서, 그래서 취직이 안 되는 거라고. ——김도하
    아니야, 아저씨 항상 너 자랑스러워하셨어. 공부 잘하서 좋은 대학 나왔다고, 몇 번이나 자랑을 하셨는데…그게 이제야 기억이 나네. 내 잘못이야. 아저씨가 내민 손 내가 잡아 드리지 못했어.
    아니, 당신 잘못 아니야. 나, 내가 아닌 거 아는데…나도 누구 원망할 사람이 필요했어, 그냥. 근데 우리 아빠 중학교밖에 안 나왔어, 그거, 친했으면, 조금만 더 자세히 봐 주지, 괜찮을 거라고 한 번만 더 말해 주지, 아빠한테… ——김도하
    미안하다…정말 미안해, 내가…미안하다, 미안해.
    근데 왜 하필이면 그때였을까? 사는 게 바빠서 소홀해졌는데, 아이, 솔직히 잊고 있었는데…띄어쓰기도 맞춤법도 다 틀린 그 문자가, 나를 붙잡았어.
    죽기로 결심한 그날 감리 씨가, 공진이, 나를 살렸어.
    그래서 다시 돌아온 거야. 죽지는 못했는데, 어떻게 살아야겠는지도 모르겠어서…
    불도 안 들어오는 빈집에 나를 가뒀는데…사람들이 자꾸 문을 두드려.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그저 나한테 뭘 먹여. 날 들여다봐. 꼭…혼자 있는 길고양이 돌보듯이 무심하고 따뜻하게…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는 막 나한테 뭘 부탁하더라. ‘화장실이 전구가 나갔다’, ‘세탁기가 고장 났다’, ‘잠깐만 와서 카운터 좀 봐주라’…일부러 그랬던 거겠지.
    그게 지금의 홍 반장을 만들었구나? ——윤혜진
    얘기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돼. 이번에는 내가 기다려 줄게, 네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지성현
    왕 작가, 지금 너 이러고 화기애애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야!
    왜, 또 뭔데? ——왕지원
    지금 가편집본 데이터 다 날아갔어, 편집실에 폭탄 떨어졌다니까?!
    뭐?! 아, 그걸 이제야 얘기하면 어떡해?!
    뭐가? 뭐가 날아갔는데? 편집 어디까지 했어? ——왕지원
    거기까지.
    어? ——왕지원
    제자리에 잘 있어. 그거 용량 커서 못 날아가, 무거워서.
    네 인생을 날려 버릴까?! 무슨 장난을 그따위로 쳐?! ——왕지원
    장영국
    사, 살려 주세요!
    아휴, 깜짝이야. 놀랬잖아! ——여화정
    야, 상식적으로 그거 내가 좀 더 놀래지 않았을까?
    아, 그러게 인기척을 해야지! ——여화정
    아니, 나는 몰래 가서 백 허그 해 주려 그랬지, 달달하게.
    해. ——여화정
    응?
    하라고. ——여화정
    아니, 지금 이렇게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어 놓고서는…백 허그를 하라 그러면 내가 또 하지.
    여화정
    이준아, 혹시 엄마 아빠가 다시 같이 살기로 한 거 불편하거나 싫어?
    아니, 좋아. 너무 좋아서 자꾸 눈물이 나. 근데 내가 울면 엄마 아빠 속상하니까… ——장이준
    너 이놈, 그래서 여기 혼자 숨어서 이렇게 울고 있었던 거야? ——장영국
    응. ——장이준
    장이준, 너 겨우 아홉 살이야. 네 마음부터 생각해야지, 왜 엄마 아빠 마음 먼저 생각해?
    그래, 이준아. 너 너무 어른스럽게 그렇게 멀리 보고 그러지 마. 그냥 코앞만 보고 한 치 앞만 보고 살어, 그래도 돼. ——장영국
    나…사실은…생일날 말고, 상 받은 날 말고도, 엄마 아빠랑 같이 밥 먹고 싶었어. 같은 집에서 살고 싶었어. ——장이준
    김감리
    내라고 그런 적이 없겠싸? 근데, 나는 지금이 참 좋다.
    나이 먹은 만치 마수운 것도 마이 먹어 봤고, 또 좋은 풍경도 마이 봤고, 사람들도 얻었잖나. 그거보다 더 행복한 기 어데 있겠나?

    마지막회

    윤혜진
    홍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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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곁에 있는 너김지영
  • 낡은 자전거변동욱
  • 도시의 노을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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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려!신민용
  • 미선과 은철의 멜로변동욱
  • 우쭈쭈유종현
  • 예상과 다른 방향변동욱
  • 힘내! 지피디김완정
  • 초희의 등장변동욱
  • 줄행랑김지영
  • 프리티우먼유종현
  • 묻어둔 상처김완정
  • 마음의 소리신민용
  • 화정 영국의 로맨스임하영
  • 소소한 바램임하영
  • 퐁당김지영
  • 가족임하영
  • 안녕 감리씨진명용
앞 내용 출처[2]

참고 문헌

갯마을 차차차 – 기획 의도
TVING[2024년9월7일 접속]
갯마을 차차차 OST
Bugs![2024년8월27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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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기, 베이킹하기, 종이접기, 음악 듣기,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명대사 정리하기를 즐거워요.